日경제 올 기상도 '일단 쾌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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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9시 일본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에 있는 세이부(西武)백화점.

개점 시간을 한시간가량 앞둔 시간인데도 백화점 앞에는 무려 2만5천여명의 고객이 줄을 서 말 그대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일본 특유의 정월 관습인 '복주머니'를 사기 위해서다.

제일 앞에 줄을 선 40대 여성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기다렸다"면서 "새해 1호 복주머니를 타게 됐다"고 연신 즐거워했다. 예상을 넘어선 인파에 놀란 백화점 측이 30분 앞당겨 문을 열었지만 백화점이 준비한 7만개의 복주머니는 '1인당 1개'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개시 30분도 채 안 돼 동나버렸다.

세이부 백화점 관계자는 "이날 올린 하루 매출 10억엔은 최근 10년 사이 최고"라며 "복주머니로만 4억3천만엔어치를 팔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이나 상점들이 1월 1일이나 2일 첫 영업 시작을 기념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하나의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복주머니'란 이름을 붙여 고객들에게 판다. '1만엔 복주머니' '3만엔 복주머니' 등이 일반적인데, 잘못 고르면 값은 비싸지만 별 필요 없는 물건을 살 수도 있다.

고객들이 복주머니로 한 해 운수를 점친다고 하면 백화점 등 상점 입장에서는 복주머니 매출액으로 한해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올해 일본의 경기 기상도는 일단 '쾌청'이다.

상점을 찾은 고객 수나 매출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을 보였기 때문이다. 도쿄 이세탄(伊勢丹)백화점은 2일 하루 동안 역대 최고기록이자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19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20만명이 몰려 준비했던 5만8천개의 복주머니는 오전 중에 매진돼버렸다.

이는 비단 도쿄만의 사정이 아니다. 나고야(名古屋)의 마쓰자카야(松坂屋)백화점은 무려 1만5천명이 줄을 서 '정리권'을 배포했지만 5천개의 복주머니는 개점 2시간 전인 오전 8시쯤 '마감'돼 버렸다. 또 삿포로의 마루이(丸井)백화점에는 지난해 대비 50%,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의 이와다야(岩田屋)백화점은 40%를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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