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역사를 바꾼 명차 / 로켓 엔진 달고 음속 돌파한 버드와이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자동차를 실용화하면서 인간은 좀 더 빠른 차를 갈구하게 됐다. 초창기 시속 35㎞에 지나지 않던 최고 속도를 넘어서려는 본격적 시도는 19세기 말부터 나타났다. 1899년 프랑스에 살던 벨기에 자동차광 카밀 즈나치는 탄환형 전기 자동차를 몰고 시속 105.904㎞를 기록해 마의 시속 100㎞ 벽을 처음 돌파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시속 100㎞ 이상 달리면 폐가 터져 죽는다는 미신이 유행했다. 즈나치는 이를 떨쳐낸 영웅이 됐다.

 시속 700㎞에 도전하면서부터는 기존의 자동차 엔진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수퍼 파워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나타난 비행기 제트엔진이었다. 도전하는 차량들은 제트엔진과 더불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양을 제트 전투기와 로켓형으로 변형했다. 차체 역시 알루미늄과 고강도 플라스틱 등 가벼우면서 강한 소재로 만들었다. 1965년 미국의 속도광 크레이그 브리드로브는 2만4000마력짜리 제트엔진을 단 로켓형 차를 만들어 보네빌의 마른 호수바닥에서 최고 시속 966.57㎞를 기록했다. 육상 최고 속도를 수립한 제트엔진 자동차였다.

 70년 10월 미국의 게리 가벨리치는 3만5200마력의 로켓엔진을 얹은 ‘불루 프램’으로 보네빌에서 1001.667㎞를 기록해 시속 1000㎞를 돌파했다. 79년 10월에는 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일급 스턴트맨 스턴 바레트가 5만6000마력의 로켓엔진과 미사일 두 기를 단 ‘버드와이저(사진)’로 인근 공군 활주로에서 시속 1279㎞를 달렸다. 음속(시속 1224㎞)을 돌파한 마하 1.045였던 것. 하지만 편도 기록이라 공인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면 지상을 달린 자동차 중에서 최고 속도 공인 기록은 누구의 것일까. 영국인 리처드 노블이 2만7200마력의 제트엔진을 얹은 트러스트 2호다. 83년 미 네바다에서 기록한 시속 1019.7㎞다. 84년부터 영국 도로교통박물관에 보존돼 온 이 차의 공인 기록을 깨기 위해 영국의 트러스트사와 리처드 노블은 96년에 트러스트 SSC(Supersonic Car)라는 10만 마력짜리 터빈 엔진을 양 옆구리에 단 자동차를 개발했다. 영국 공군 활주로의 테스트에서 최고 시속 1368㎞를 올려 음속을 돌파하는 마하 1.1을 기록했다. 이것 역시 편도 기록이어서 공인받지 못했다. 공인 기록에의 도전은 장소가 마련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음속 돌파 공인 자동차 제1호 탄생이 멀지 않았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