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기자협회 재협상 요구 묵살 … 기자실 통폐합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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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한국기자협회의 재협상 요구를 묵살하고 기자실 통폐합 작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자협회가 12일 취재 시스템 개편 합의문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새 방안을 갖고 협상을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정홍보처는 이날 '기자협회 입장에 대한 정부 논평'을 내고 "기자협회가 정부와 언론단체들 간에 의견 접근을 이룬 개편 방안 수용을 거부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정부는 그간 언론단체와 협의한 내용을 존중해 취재 지원 시스템 개편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단체들과 합의한 14개 항목을 가능한 한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3일 대책회의를 열어 합의문 초안 중 정부가 수용할 내용을 발표하고, 미뤄 온 기자실 통폐합 공사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는 등 취재 시스템 개편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전해지자 기자협회는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 특별위원회 박상범(KBS 지회장) 위원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특위가 가동되기도 전에 정일용 기자협회장을 비롯해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인터넷신문협회장 등이 참여해 마련한 취재 시스템 개편 합의문 초안은 기자협회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40개 언론사 중 한 곳만이 초안을 지지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협회는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고 정부와 4개 언론단체가 마련한 취재 시스템 개편 합의문 초안의 추인을 거부하고 대신 취재환경개선 특위가 마련한 취재 시스템 개선 방안을 갖고 정부와 재협상을 하기로 의결했다. 37명의 운영위원 중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14명이 이 같은 내용의 안건에 찬성했다. 또 박 위원장을 정 회장 대신 대정부 협상 대표로 내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해 기협이 요구하는 재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6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단체장들이 벌인 TV 토론에서 취재 시스템 개편 방안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당초 7월 시작하기로 한 기자실 통폐합 작업을 양측 합의안이 도출될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후 정부와 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인터넷신문협회 등 4개 언론단체는 네 차례 회의를 열어 최근 14개 항의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으나 초안에 '정부와 언론단체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일부 기자의 반발을 샀었다.

차진용.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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