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블로그] 각하와 선덕여왕, 누가 더 힘이 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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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권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검증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폴리테이너의 대결도 잇따라 펼쳐지고 있다. 폴리테이너(politainer)는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을 합성한 신조어로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문화예술인을 뜻한다. 지난달 이명박 전 시장의 문화예술지원단 위촉식이 있은 지 보름 만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연예인 봉사단도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양 측의 폴리테이너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각각 ‘각하’와 ‘선덕여왕’으로 불러 눈길을 끈다. 각 캠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에서 ‘각하’ ‘선덕여왕’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이들의 ‘별명’은 17대 대선이 끝날 때까지 회자될 듯 하다.

지난 달 27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문화예술지원단 위촉식이 있었다. 이 전 시장이 지방 행사 때문에 불참한 가운데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문화예술인 25명에게 위촉장을 준 뒤 “경제가 살아나야 문화예술도 활성화된다”며 “다같이 경제와 문화예술을 살리는데 매진하자”고 말했다. 임명장을 받은 탤런트 이덕화씨는 “당신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챔피언입니다. 각하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한편 11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문화예술 봉사단 ‘박지모’의 지지 선언식이 있었다. 박 전 대표가 제주 출장 중인 관계로 서청원 고문이 “내가 못나서 당을 지키지 못한 죄가 크다”며 “당을 살린 박 전 대표에게 빚을 갚으러 왔다”고 말했다. 단장 유쾌한씨는 “박근혜 대표가 후덕한 정치로 곤란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제2의 선덕여왕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였다”고 했고 ‘박지모’의 좌장격인 가수 설운도씨도 “박 전 대표가 제 2의 선덕여왕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 선거운동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이다. 정ㆍ학ㆍ재계 뿐 아니라 연예계 인사들도 ‘말 조심, 행동 조심’을 해야 할 민감한 때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치켜세우는 폴리테이너들의 흥미로운 비유법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오는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각하과 선덕여왕 중 누가 웃을지 궁금하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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