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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30% 『아들낳는 법』시도 경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으로 심각한 후유증과 비도덕적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임신여성들의 절반이상이 중절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10명의 임신여성중 3명이 태아 성감별 검사를 비롯해 약물요법 등 다양한「아들낳는 방법」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선천적 유전성 질환이나 기형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되는 양수·초음파검사 등 임신중 태아진단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태아 성감별·인공임신중절 등으로 이용돼 도덕적 차원과 모체의 건강 측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련씨는 최근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서울시거주 2백80명의 임신을 경험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한 부인이 53%에 달했으며, 심지어 태아 성감별 검사를 경험한 부인도 14%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태아 성감별 검사의 경우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인식하면서도 두 번째 임신이거나(55%) 남편이 장남(53%)인 여성들이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검사를 시도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명중 3명의 임신부들이 아들을 얻어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여러번 받았다고 호소했으며, 태아 성감별 검사를 비롯해 식이요법·약물요법·체온관리 등 다양한 아들 낳는 방법을 시도한 여성이 27%에 달했다.
연령으로는 30대, 학력으로는 고졸, 종교로는 천주교가 가장 많았다.
임신중절수술 경험자가 53%에 달했으며, 연령과 종교, 학력으로는 30∼40대(68%)와 기독교(35%), 고졸(45%)이 많았다.
이에대해 김씨는『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이 전근대적인 사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실제로 임신을 경험하는 여성들에게는 예전과 다름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남아선호사상이 비도덕적인 차원을 떠나 인구구조상 성별 불균형을 초래해 성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의료계와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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