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대이은 여성 대학장|연세대 9대 음대학장 이방숙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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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그 아버지에 그 딸. 연세대 음대 이방숙교수(50)는 이 대학 2대학장(66∼73년)이었던 아버지 고 이인범교수의 뒤를 이어 2일 9대 학장에 취임했다.
만 20년의 시차를 두고 학장실에 부녀의 사진이 나란히 걸리게 된 것이다.
작고한 이교수는 심한 화상을 입고도 재기해60·70년대「얼굴 없는 성악가」로 유명했던 국내음악계의 거두. 피아노 전공의 딸 이교수 역시 서울대 음대 수석(61년)·동아콩쿠르 입상(63년) 등 아버지 못지 않은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아버지가 화상에서 재기한 후 이교수는 그전까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이정자여사(76) 대신 고 이교수의 독창회를 전담하다시피 함으로써 한때 장안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이들 부녀의 「합동」음악회는 모두 7차례.
이교수는『어렸을 때 집에서도 가끔 아버님의 노래에 반주를 넣었다』며 「가고파」는 특히 우리 부녀가 즐겨 부르고 반주하던 곡이었다』고 회상했다.
이교수는 지난 2월15일 연세대 음대교수 20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해 학장으로 선출된, 연세대 최초의 직선 여성학장이기도 하다. 이번 학장선출은 후보 출마없이 단기명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교수는 여성 교수들이 주로 자신을 지명한 것 같다며 『능력도, 경륜도 못 미치는데다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 학장이라는 중임을 맡게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임기의 학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음대의 특성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그간 음악대학들이 입학·실기운영·학과편성 등에 있어 서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며『입시 자율권이 대학으로 대폭 이양되는 추세인 만큼 선후배 교수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음악대학의 변신을 꾀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 금슬 좋기로 소문난 이교수의 부군은 언론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고려대 원우현교수(신방과). 슬하에는 아들만 둘이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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