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하는 어머니 살해/때린다고 남편 살해/“아버지 싫다”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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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정이 흔들린다/가치관 혼란속 인륜 붕괴/“학교·집에서 「시대에 맞는 교육」해야”
가족간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가족 해체현상이 사회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아내와 남편이,자식과 부모가 서로를 살해하는 경우가 잦아졌는가 하면 형재간의 갈등으로 숨지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식이 점차 결여돼가면서 가족공동체 의식이 깨지고 엄격한 가족윤리·규범이 무너져 이같은 현상이 크게 늘고있다고 진단했다.
2일 0시30분쯤 부산시 장전2동 528의 18 김권중씨(38·식당업) 집 안방에서 김씨의 부인 임남수씨(30)가 술에 취해 귀가,자신과 전처소생(1남1녀)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리다 잠든 남편을 노끈으로 목졸라 숨지게했다.
지난달 13일 제주시 용담동에서는 이모군(17·무직)이 『취직까지 시켜주었는데도 다니지 않고 하는 일 없이 놀고 지낸다』고 나무라는 어머니(57)를 목졸라 살해한뒤 제주 J고 상수도 탱크에 시체를 유기한 사실이 1주일 후에야 밝혀져 구속되기도 했다.
같은달 27일 서울 묵2동 장청현씨(48·트럭운전사) 집 건너방에서 장씨의 큰딸 혜안양(21·무직)이 『아버지는 죽어도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채 극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 장씨는 평소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다」며 자살한 큰딸을 포함해 3남매를 자주 때려왔으며 이날도 손님대접을 하던 장양을 향해 그릇을 던지고 폭언을 했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이를 비관,자살한 것으로 보고있다.
또 1일 오전 1시50분쯤 서울 온수동 두암빌라에서 형이 경영하는 금형제작공장 일부를 세내 의자 팔걸이를 만들어온 문모씨가 형이 「공장확장을 한다」며 나가달라고 하자 이전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이를 비관,자살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동원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부끼리나 부모·자식간에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가 높은 반면 산업화와 개인의식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기대치가 깨지고 불만이 쌓이면서 가족 해체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부분을 가르쳐야 하며 새세대에 맞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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