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성장속도 더딘편/10년간 한·미·일 100대기업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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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역동성 비교 미에 뒤지고 일본보다 앞서/일 서비스업­미 첨단분야 약진 두드러져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기업은 일본기업보다는 역동적이지만 미국기업과 견줄 경우 역동성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발전전략」에 따라 주요그룹을 중심으로 안정된 양상을 보인 반면 일본은 건설 및 서비스업종의 중견업체가 부상하고,미국은 첨단 전자·반도체부문의 대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기업의 연령이 30∼40년 정도로 미·일 두나라의 기업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기업의 상대적 안정화 현상은 그만큼 더 높은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본사가 최근 82년부터 92년까지의 능률협회 자료와 일본기업 연감,미국의 포천지를 토대로 한국·미국·일본의 매출액 기준 1백대기업(금융업·종합상사 제외)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이 기간중 한국은 29개 기업이 새로 1백대 기업 안으로 진입했고 미국은 34개 기업이,일본은 18개 기업이 새로 선보여 일본이 기업순위에서 가장 안정된 현상을 보였다.
최근 일본경제신문이 각국의 경제를 사람의 나이와 비교해 한국경제가 23세,일본경제가 38세,미국경제가 49세라고 발표한 것으로 볼때 한국은 경제의 전반적인 역동성에 비해 기업순위의 변동은 훨씬 적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대기업그룹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성장속도가 뒤떨어졌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인천제철·삼성전관·현대전자 등이 1백기업 바깥에 있다가 10년만에 모두 50위 안으로 진입해 중화학공업의 두드러진 성장을 뒷받침했다.
새로 진입한 기업들은 업종별로 건설·전기전자·화학·철강 등이 많았으며 그룹별로는 삼성 3개,현대 4개,럭키금성 3개,선경그룹이 3개 계열사를 새로 1백대 기업에 진출시켰다.
10대그룹에 속하지 않는 중견기업들로서는 동부제강·우성건설·만도기계·화승·한보철강을 꼽을 수 있고 유통구조의 변화에 힘입어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도 1백대 기업 안에 들어섰다.
한국에 비해 기업의 역사가 깊은 미국은 80년대 내내 업종별로 경기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바람에 철강·석유·음식료품 업종의 세계적인 업체들이 무더기로 1백대기업에서 탈락했다.
반면 컴퓨터·반도체·정밀화학 등 첨단업종은 크게 부상해 휴렛 팩커드(1백10위→26위)·디지탈이큅먼트(1백37위→28위)·모터롤라(1백26위→39위) 등이 50계단 이상을 뛰어넘어 50위 내로 진입했고 5백위 밖에 있던 애플컴퓨터(81위)와 인텔(1백6위·컴퓨터 두뇌인 CPU제조업체)은 매출액 신장이 가장 컸던 기업으로 나타났다.
정밀화학분야에서는 의약품 제조업체인 머크(59위)·화이저(69위)·훽스트(75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일본에서는 10년동안 1백위내로 새로 진입한 회사가 18개지만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1백위권 밖에서 50위내로 도약한 회사는 하나도 없다. 자동차·전자·중공업 등 주력업종이 모두 호조를 보여 일본에도 재벌중심의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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