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교화"|기독교단 「사설 교도소」추진-브라질의 민영교도소 모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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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교정교화의 목적에서 교회가 주체가 돼 특수 사설교도소를 설립·운영하는 방안이 기독교 개신교와 카톨릭 일각에서 최근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교회 사설교도소 설립을 둘러싼 이 같은 논의는 근래 교정업무를 맡고있는 법무부 고위관계자들이 『교회단체에서 원한다면 긍정적으로 설립을 검토해보겠다』며 여러 차례 그 가능성을 시사해온 데 따른 것으로 개신교·카톨릭 교도사목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특히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다.
교회교도소 설립·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배경에는 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이 효율성 등을 이유로 점차 국가교도업무를 민영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행 국내교도소가 본연의 교화기능을 수행하여 재범을 방지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한 점이 많다는 종교계의 현실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격리·처벌 위주의 물리적 행형 구조만으로는 재범방지를 위한 근원적인 인간성회복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종교가 갖고 있는 사랑과 신앙의 힘을 유효한 교정교화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개신교는 기독교 교정교화연합회, 카톨릭은 교도사목회가 중심이 되어 교회 교도소설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개신교의 경우 미국에서 범죄학 학위를 받고 귀국한 김용진 박사가 이미 교도소의 예비단계라 할 「사랑의 연수원」을 운영하면서 교회교도소 설립에 필요한 부지확보와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랑의 연수원은 올 가을쯤 개원과 함께 소년원에 있는 소년범들을 일정기간 수용, 교화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사설교도소 설립과 관련해 이들 교회단체들이 지향하고 있는 모델은 브라질 산호세도스 캄포스의 휴마이타 민영교도소.
카톨릭 주축의 브라질교도선교협의회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방아 운영하고 있는 이 교도소는 84년 문을 연 이래 통상평균복역기간 10년에 이르는 중 범죄자 3백여명을 수용해오고 있다.
휴마이타 교도소의 특징이자 자랑은 재소자를 구속하는 수갑이나 무장교도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사랑과 신뢰의 정신을 바탕에 깐 이 같은 재소자 자율교화시책에 힘입어 지난 8년 동안 휴마이타 교도소를 거쳐간 5백20명의 출소자 가운데 재범자는 단 20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일반교도소 출소자 재범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이웃나라인 에쿠아도르와 페루 교도선교협의회는 휴마이타 모델을 기초로 한 프로그램개발을 위해 정부와 협상을 진행중이며 과테말라의 한 민간단체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5개 교도소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톨릭 서울교구 교도사목회의 한 관계자는 『교회 교도소의 설립·운영에는 해결해야할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르지만 정부측의 결단과 국민의식의 성숙을 바탕으로 조직과 재정을 활성화해간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설치가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교 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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