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는 척 보여주기" 유행|올 봄·여름 패션 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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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여성의 노출은 특히 93년 세계의 봄·여름 패션 흐름에서 그 절정을 나타내게 된다. 92년 여름은 세계적으로 미니스커트와 핫 팬츠·러닝셔츠·브러지어·거들·쇼 팬츠의 모양을 본 뜬 속옷패션이 거리를 휩쓸었다 (우리나라는 러닝셔츠 정도만 유행).
지난해 시즌의 노출경향은 한마디로 자르고 깊이 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노출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지난해의 경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가운데 「가리면서 보여주는」 노출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되고있다.
이러한 예측은 지난해 말까지 끝난 파리·밀라노 춘하복 컬렉션과 국내의 S·F·A 춘하컬렉션 및 패션디자이너들의 개인 춘하트렌드 컬렉션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다.
「가리면서 보여주는 노출」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시도된다. 하나는 투명하게 비치는 소재를 이용한 「들여다보이는」 노출이고, 다른 하나는 장딴지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에 깊은 트임을 넣어 「순간적, 부분적으로 보이는」 노출이다.
투명소재를 이용한 노출은 몇 년 전부터 블라우스나 재킷의 소매·칼러 등에 부분적으로 이용돼 왔거나 몇몇 실험적 디자이너들이 블라우스나 앙상블 등에 도입했던 방식. 이것이 이번 춘하복 컬렉션에서는 블라우스·재킷·드레스·스커트에서 비치는 소재가 부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바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소재는 오건디·시폰·망사·레이스 등.
특히 파리·밀라노 컬렉션에서 마틴 싯본, 칼 라커펠트, 헬무트 탕, 장프랑코 페레, 바실 등은 투명소재 의상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들여다보이는」 노출은 기존 몸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노출이 감추어진 부분을 조르고 부풀려 조형적으로 노출시킨 데 비해 몸 전체를 자연스럽게 해방시킨 가운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연주의 정신」에 충실한 것이다
이번 춘하복에는 타이트스커트 뿐 아니라 플레어스커트 등에도 앞·뒤·옆·대각선에 직선·사선 등 다양한 모양의 깊은 트임이 시도되고 있다. 트임도 1∼2곳만이 아니라 폭넓은 치마에는 4∼5개 이상이 들어간다. <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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