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농산물 생산 눈 돌릴 때"|충남도 농어촌개발국장 송석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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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중수교 이후 우리 생활주변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디에서나 중국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농산물은 종류나 양에 있어 심히 걱정될 정도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산 고사리·깻잎·북어·바지락 등 각종 농수산물들이 도시의 슈퍼, 마을 어귀의 구멍가게, 시장의 좌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심지어 중국산 고추장·된장까지도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어 가위중국 특유의 「인해전술」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광활한 국토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우리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 우리와 유사한 토질·기후 속에서 생산돼 우리 입·맛에 비교적 가깝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 농촌에서는 인력난에 바로 이 문제가 더 하나 가중돼 『이제 농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도 우리농업을 .지켜나가기 위해 높은 조정관세의 부과, 원산지 표시제의 강화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다 견고히 하고 있고, 식물 방역 법은 대부분의 중요 작물을 병충해관리상 수입금지 식물로 규정하고 있어 당장은 다행한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개방화 물결이 오늘날 피할 수 없는 국제조류이고 보면 앉아서 걱정하기보다 우리 모두 용기를 갖고 중국농산물을 이겨낼 수 있는 「묘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대 통합, 북미시장의 단일화 등 세계경제의 블록화현상에서 우리도 중국·일본 등 인접 국가와의 경제적 친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우리 농업은 중국과의 차별화를 통한 국제 분업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즉,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로 농업의 형태가 과거 「땅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화되어 가고 있음을 고려, 첨단기술의 시설 농사가 가능한 신선채소·화훼·과수 등을 중심으로 최고급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자본집약형 농업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자인 농어민이 자기기술에 대한 확신과 의욕을 갖고 고 부가치 농산물 생산에 눈을 떠야하고,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유통·가공부문은 생산자단체가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법적·제도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을 농민의 편에서 과감치 보완하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원산지표시의 이행, 유해물질의 함유·불법유통의 감시등 우리 농산물의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행정에서도 고소득 특산품목의 개발과 판로의 확대, 소비자에 대한 지역농산물 홍보 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농어민과 정부의 역할 못지 않게 강조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의 협조다.
소비자가 우리 농어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외국 농산물에 대한 판별력을 기르고, 조금은 고집스럽게 우리 것을 애용 할 때 우리농산물은 설자리를 찾게되고 우리 농·어민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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