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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에서 한국학으로 돌아온 도올 "김대중까지는 王政이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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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승만.박정희는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선조 왕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고 휘둘렀다. 전두환도 대통령이 아니라 왕이고 폭군이었다. 김영삼.김대중도 왕정의 패러다임 속에서 성장한 전형적인 군주였다."

도올 김용옥(중앙대 석좌교수)씨가 다시 TV 강의에 나섰다. 그는 MBC-TV가 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영할 한국학 강의와 관련해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특유의 독설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노무현이 능력있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보다는 왕이 아니라는 데 더 본질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사 이래 처음 왕정시대에서 민주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건물이 붐비기 시작했다. '도올특강-우리는 누구인가'의 첫 녹화를 보려고 5백여명이 스튜디오에 몰린 것이다. 당초 4백석을 준비했던 제작진의 손길이 바빠졌다.

EBS와 KBS에서 노자와 논어 등 중국 사상을 논한 바 있는 도올은 이제 한국학으로 MBC에도 진출했다.

"우리 학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국학을 택했고 국학 붐을 조성하려면 TV가 효율적이란 생각에 특강을 맡았다"고 밝힌 그는 첫 강의를 식민사관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들 식민사관 극복을 얘기하는데 식민사관이란 뭐냐.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일갈했다. 식민사관의 두 속성은 분열과 사대라는 것. 일본은 우리가 당쟁으로 나라를 망쳤다고 가르쳤지만, 실은 고조선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는 통합의 역사라는 게 도올의 주장이다. 그는 또 "큰 나라에 기대야 살 수 있다는 사대주의가 아직 뿌리깊지만 이제는 이를 버릴 때"라고 강조했다.

개론 형태의 첫 강의에 이어 조선조 건국공신 정도전의 '불씨잡변(佛氏雜辨)'과 혜강 최한기의 '기학(氣學)', 수운 최제우의 '동경대전(東經大全)',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6개월간 소화한다.

이번 강의의 색다른 점은 '국민과 더불어 읽는' 강의로 꾸려가는 것이라고. "확고한 지식을 얻으려면 2차적 지식이 아니라 원전을 읽어야 한다. 최소한 절반은 읽어야 진실된 강의"라면서 시청자들이 독해를 함께 해 줄 것을 권유했다. 이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공개 녹화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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