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우리 농산물 장터/“농민시름 덜어주자” 사과 임시직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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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작년엔 감귤·김장거리도 팔아 호평
22일 경찰청 1층 로비에서는 때아닌 「사과직판장」이 열려 성시였다.
개점주는 이인섭경찰청장,임대상인은 경찰청 전산소 소속 이열희경장(32),구매자는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1천5백여 경찰 가족들이었다. 이날 직판장은 경찰청이 지난해 가을부터 펴고 있는 「내고향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따라 열린 세번째 행사.
특히 이날 행사는 이 경장이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풍작에도 불구,가격 폭락으로 수심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경찰청 경무국에 임시장 개설을 제의해 이뤄져 더욱 「뜻깊은」 행사였다. 22일 오전 장을 개설하자마자 이 경장이 소속된 전산소 직원들이 3백상자를 구입하는 등 하룻동안 7백상자 가량 팔려 이 경장은 23일까지 남은 1백상자만 팔고 장을 닫기로 했다.
이같이 사과가 날개돋친듯 팔린 이유는 좋은 품질에 싼 가격때문. 23일 현재 농수산물 시장에서 15㎏짜리 45개들이 상품 한 상자가 1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이날 임시장에서는 18㎏짜리 50개들이 한 상자를 1만원에 팔았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10일에도 제주산 감귤 임시장을 열고 감귤 8백상자를 팔아줘 현지 생산자들의 시름을 다소나마 덜어준 적이 있다.
『지난해 여름 청장으로부터 「우루과이협상 등 여파로 우리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찰이 농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는 지시를 직접 받고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강희락경찰청경무계장(40·경정)은 이 청장의 지시로 지난해 경기도 일산에서 생산된 김장거리 팔아주기,제주 감귤 팔아주기 등에 이어 지난주엔 임시장 소문을 듣고 개설을 제의해온 바오로 장애자직업재활원에도 시장을 개방,이 재활원에서 생산된 신사·숙녀·간호화 2백60켤레를 시가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고 그동안의 실적을 소개했다.
강·절도범을 상대하고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등 규제행정의 상징으로 여겨져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인식되어오던 경찰이 농민들의 시름까지 함께 나누려는 친절한 이웃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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