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역사학계, 근현대사 성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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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계간지 ‘역사비평’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13일 오전 10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주제는 ‘민주화 이후 근현대사 연구 20년: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주제 속엔 현재 우리 역사학계 주류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탈(脫)민족주의’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모색해 보려는 것이다.

민족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은 20세기 전 세계를 풍미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의 경우는 더욱 특별했다. 식민지 시대의 독립운동 경험과 해방 이후의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자라난 우리의 민족주의는 일종의 당위적 시대정신으로까지 자리잡았다. 민족 통일과 민주화, 그리고 그것을 달성할 주체인 민중은 한국의 진보 학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었다. 그 중에서도 민족주의는 핵심 키워드였다.

‘역사비평’은 1988년 여름 제1호가 나왔다. 20년 전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진보 성향 학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역사문제연구소’가 펴내는 잡지다. 그런 ‘역사비평’의 고민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우리 학계 전반의 고민을 대변한다. 집단의 기억이 아닌 개인의 기억을 강조하는 21세기 역사학계의 새로운 흐름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민족 통일이란 시대적 과제를 방기할 수도 없는 우리의 특수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학술대회는 이같은 고민을 확인하는 자리다. 식민지 시대의 근대성에 대한 평가와 분단시대를 극복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는 글들이 주로 발표된다.

김성보 연세대 교수(‘역사비평’ 주간)의 ‘탈중심의 세계사 인식과 한국근현대사 성찰’, 이승렬 연세대 교수(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의 ‘21세기의 근대와 식민지-20세기·파괴적 문명의 넘어서기’, 이병천 강원대 교수의 ‘우리 시대 이중혁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개발독재, 민주화 그리고 그 역설적 결과’,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의 ‘현대 한국의 민족문제와 분단문제’,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한국:민주화 이후의 세계인식과 대응’, 장상환 경상대 교수의 ‘지나간 미래의 성찰과 새로운 대안사회의 모색’등이 발표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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