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통 수원 농고 인문·종고 전환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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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 농림고의 체제개편문제를 놓고 이학교 총 동문회(회장 심재덕)와 일부졸업생·재학생·교사를 중심으로 별도로 구성된 「농림고를 아끼는 동문회」가 「모교사랑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9년부터 개편을 추진해온 총 동문회 측은 농업기피현상으로 존폐위기에 처한 농림고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문고 또는 종합고교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농림고를 아끼는 동문회」측은 학교개편은 결국 폐교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농림 고로서의 계속존립을 요구하고있다.
◇농림 고=일제하인 36년7월 개교한 수원농고(수원시 영화동55)는 현재 53회에 걸쳐 1만5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들은 국내 농업계는 물론 교육·경제·정계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수원농고는 수원·안양·용인·화성 등지에서는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한국 제일의 명문농고로서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80년대 접어들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한 농업경시풍조 등으로 농고진학 희망자가 격감, 정원미달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총동문회 주장=총동문회는 지난해 11월27일 동수원 호텔에서 1백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가운데 선배들이 이룩한 농고의 옛 명성을 되찾고 「수농」을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문계고교나 종합고교로 전환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참석동문들은 논 한 평 물려받기가 힘들어진 수도권에서 농업교육을 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판단에 따라 인문·종합고로 전환, 지역 중학생들의 진학 폭을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와 관련, 심 동문회장은 『고교연합고사 탈락생 등 뚜렷한 목표나 의식이 없는 학생들에게 농업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해가 거듭될수록 지원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 수원상공회의소에서까지기능인력난해소차원에서라도 종합고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원농림 고를 사랑하는 총동문회 주장=일부졸업생·재학생·교사들은 14일 오후 3시 모교에 모여 수원농림 고를 아끼는 총 동문회를 결성, 수원농고가 국가농업발전을 위해 항구적으로 필요한 교육기관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수원농고를 시대에 알맞은 도시형 농고로 존립시켜 유능한 후배를 양성, 지역사회를 이끌 수 있도록 한다는 등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수원농고에는 현재 한국농업교육협회·한국영농학생본부 등이 있어 해마다 이를 견학키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국농업의 산실』이라며『농고의 대명사격인 수원농고가 없어질 경우 우리 나라 농업계 고교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서울대농업생명대학(학과장 이용환) 교수 등도 10일 수원농고가 우리 나라 농업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있어 종합고등으로 개편될 경우 중등농업교육의 기본방향을 잃게 된다며 수원농고 존립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고 있어 교육부 등의 처리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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