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확실히 가려 아낌없는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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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신명시스템스를 경영하는 이기남씨(59)는 국세청이 발표한 92년도 종합소득세 납세순위에서 여성기업인으로 보기 드물게 92위(약4억5천만원)를 차지했다.
직원이 60여명에 불과한 조그만 컴퓨터 소프트웨어개발업체를 운영하는 그로서는 사업규모에 비해 상당히 많은 세금을 낸 셈이다.
그러나 정직한 납세야말로 자유로운 기업경영의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에 적당히 장부를 꿰맞추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는 「돈 많은 여성기업인」답지 않게 값나가는 보석장신구라든지 요즘 대중화되다시피 한 모피코트 한 벌 없이 늘 검박한 정장 차림이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의 급여나 재교육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연구단체의 학술지 발간이나 뜻 있는 사회단체지원에도 언제나 발벗고 나서고 있다.
쓸데와 안 쓸데를 가려내는 「지출의 경제학」에 철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바르게 살자, 부지런히 살자, 염치를 알자」고 강조하던 부친(영문학자 고 이규동 박사)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다.
그는 여행할 때도 가급적 비행기 대신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다.
교통비가 적게 들뿐더러 항공시간에 대느라고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장기적·종합적 사업구상을 할 수 있다는 나름의 「시간경제학」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구체화된 것이 경기도 의왕시에 4만평 규모의 야외미술관 건립 계획이다.
조그만 중소기업체 사장으로서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사업계획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곧 개막될 멀티미디어시대의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꿈」으로 「겁없이」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항상 「꿈이 최고의 자산」이라 믿으며 그 꿈에 아낌없이 투자함으로써 한결 풍성한 결실을 거두려는 그의 씀씀이는 여성 기업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경제철학」의 고단자임을 느끼게 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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