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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기부금 들여다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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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교회.사찰을 포함한 공익단체 기부금의 내역을 들여다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금.후원금을 거둔 뒤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지금도 기부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장치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약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는 공익법인의 가짜 영수증 발급 행위도 강력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허용석 세제실장은 9일 "공익단체의 기부금 모금 및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13일 조세연구원 주관으로 열리는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 투명성 제고 방안' 공청회를 계기로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실장은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공익법인 왜 손대나=표면적인 이유는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와 함께 기부금을 거두고 사용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2003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 시주 약속을 받은 뒤 모 기업의 불공정 행위 조사를 중단시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정부는 기부금 모금보다 사용 명세를 감시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모금 과정에는 처벌 규정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만큼 사용 명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 김진수 박사는 "지금도 국세청이 공익단체의 기부금 사용 명세를 요구하면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이에 불응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이 같은 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단체 손보기냐"=광주지역의 주지 4명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팔았다가 2일 구속된 뒤 종교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따금 가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문제가 돼 왔으나 주지가 구속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기부금의 사용 명세까지 들추고 나서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금융실명제와 정치자금법이 실시된 이후 공익단체를 통한 돈세탁 등 탈법.불법 행위가 심심찮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종교단체 인사는 "일반 공익단체뿐 아니라 교회.사찰까지 기부금 사용 명세를 따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보수 종교단체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경계했다.

◆종교인 과세는 '없던 일'로=지난해 시민단체가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국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다시 공론화됐다.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는 재경부에도 "종교인에게 세금을 안 물리는 게 적법한가"라고 질의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김교식 재산소비세국장은 "기부금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정책은 탈법.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라며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는 이번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경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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