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 따내기 방한/아시아 순방하는 콜 독일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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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선 무역역조 시정·개방요구 확실
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18일부터 12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비롯,인도·싱가포르·인도네시아·일본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한다.
당초 지난해 가을로 예정됐다가 유럽공동체(EC) 특별정상회담 때문에 연기된 콜총리의 이번 아시아 5국 순방목적은 무엇보다 상호 경제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인구의 56%,교역량의 25.7%를 차지하는 아시아의 경제적 비중이 날로 커가면서 독일로서도 이 지역과의 경제적 유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콜총리는 이번 순방에 독일 고위경제사절단과 동행하며 방문국에서도 정상회담 외에 경제인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우선 첫 방문국인 인도에서 콜총리는 62억마르크 상당의 발전설비 판매협정에 서명하며 국제협력에 이바지한 공로로 네루상을 수상한다.
또 일본에서는 연간 2백50억마르크에 달하는 대일 무역적자 시정을 위해 시장개방 등 일본에 보호무역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콜총리가 이번 순방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인데 이는 한국의 고속전철 차량기종 선정과 콜총리의 방한(3월1∼3일)이 시기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의 TGV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독일의 ICE측은 최근 독일금리 인하 등을 이유로 차량가격을 1억달러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한국측에 수정 제의하는 등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터여서 콜총리의 이번 방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우리보다 독일측의 필요가 우선돼 이뤄지는 방문인만큼 콜총리의 이번 방한과 이에 따른 김영삼­콜 정상회담을 그 어느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하면 우선 동백림사건부터 연상하는 독일인들은 그간 한국의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때로는 우려를 표명해온게 사실이다. 심지어 독일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직접 거론,우리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한국의 인권상황이 많이 개선됐고,무엇보다 독일이 한국의 고속철도건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독일을 방문한 노태우대통령만이 인권문제로 시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지는 콜총리의 이번 방한으로 한국은 그간의 대독 「수세외교」를 「적극외교」,나아가 「공세외교」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0여년에 걸친 군사정권의 종지부를 찍고 문민정권이 출범하는 순간인 만큼 새 정부는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될 이번 김­콜 종상회담을 독일뿐 아니라 여타 국가와도 이제 떳떳한 외교를 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독일의 한국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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