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닫이형 덮개, 자갈 보호막 … 숨통 튼 가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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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가로수는 시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게 하며, 대기오염을 줄이고 소음을 완화합니다. 비좁은 보행 공간에서 부딪치고, 공해에 시달리는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덮개(Tree Grate)와 보호대(Tree Guard)를 설치합니다.

가로수 보호덮개는 행인들이 밟아 땅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뿌리의 생육을 위해 산소와 빗물이 잘 침투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흙의 유실을 방지하고 담배꽁초, 쓰레기, 먼지 등으로 토양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덮개들이 흙에 묻혀 단단하게 굳어 있습니다①. 보호덮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도리어 수목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가로수 관리가 철저한 파리시는 가로수 보호시설과 토양 상태를 정기 점검하며, 덮개는 편히 여닫을 수 있어②환경미화원들이 쉽게 이물질을 제거하고, 정기적으로 영양분을 보충해 생육에 최적의 환경을 유지합니다.

가로수 둘레에 설치하는 보호대는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수목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실제로 가로수 상처의 90% 이상은 지표로부터 1.5m 아래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 가로수 보호대는 강풍과 각종 외력으로부터 수목을 지탱하며 뿌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줍니다.

베를린 도심의 이 가로수는 보호덮개 대신 자갈을 덮어 토양을 보호하는 한편, 보행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재 보호대③를 설치했습니다. 주요 가로 시설물의 재질 및 색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소재를 선정하고 경쾌한 디자인으로 수목의 수직적인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홍콩 도심의 이 가로수는 지표에 잔디를 심고, 식물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곡선적인 보호대④로 나무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공예적인 조형미를 강조하는 한편 보행자 안전을 위해 끝부분은 열매와 같이 둥글게 처리했습니다.

가로수는 도시 경관 내의 다른 시설물과 달리 살아 있는 자연 요소입니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시민들과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생명체로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가로수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보호시설과 관리를 통해 가로수와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권영걸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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