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값싼 PC 제3세계 보급 놓고 인텔·네그로폰테 교수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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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오지 마을 말리날코의 한 중학교. 학교운영비가 부족해 화장실 휴지조차 제대로 갖춰 놓지 못하는 곳이다. 이곳에 지난달 컴퓨터 30여대가 들어왔다. 인텔이 정보격차 해소을 위해 기증한 컴퓨터다.

말티나 로사스 교사는 "컴퓨터를 쓰면서 아이들의 수업참여가 예전보다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사진) MIT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이 나라 최대 재벌인 아메리카 모빌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을 만났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컴퓨터 보급사업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멕시코에서의 정보격차 해소사업에서 인텔에 뒤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네그로폰테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한대씩 주자'는 비영리 재단 OLPC(One Laptop Per Child)를 이끌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9일자)에서 인텔과 네그로폰테 교수가 지구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저가 컴퓨터 보급시장에서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대만 컴퓨터 업체 ECS.아수스텍과 손잡고 대당 300달러선의 PC를 멕시코.브라질에 보급중이다. 우선 연말까지 1백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물론 인텔 중앙처리장치(CPU)가 장착된 컴퓨터다.

정보격차 해소를 앞세운 인텔의 저가 컴퓨터 보급에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PC시장이 줄어들자 저개발국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반도체칩을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일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네그로폰테는 "인텔은 저가 컴퓨터 보급을 장사로 본다"며 비난했다. 네그로폰테의 OLPC가 공급하는 컴퓨터는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를 인텔 경쟁업체인 AMD제품을 쓴다. 여기에 구글.e베이.뉴스코퍼레이션이 자금을 후원하고 생산은 대만의 콴타스가 한다.

비즈니스위크는 "양쪽이 치열하게 맞서는 가운데 협력 움직임도 보인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제휴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텔측은 "네그로폰테 교수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만큼 양측이 손잡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컴퓨터 보급도 늘릴 수 있고 인텔로서도 내심 바라는 시장 확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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