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증진 위해 대외원조 강화할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내 동아시아문제연구소 주최로 1월13일부터 15일까지 동대학교에서 「동아시아에서의 새 국제질서」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 세미나에는 한미 양국의 학계·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양국의 대통령이 바뀌게 된 시점에서 여러 현안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하여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향후 한미 양국간 발전방향을 전망해본다.
첫째, 미국의 대외원조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대외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협력청이 미국의 학계·관계·정계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상원인준 청문회에서 이 기관에 대한 공격이 분명하게 언급되었다.
둘째, 미국의 대외 원조 중점분야가 환경문제와 개도국의 기아문제 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환경회담 후 환경문제가 중요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클린턴 정부도 이 문제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선진국의 대외원조총액은 감소되는 반면 원조수원국은 늘어나 이 기금에 대한 수원국의 대결양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즉 세계 3대 원조 공여국이었던 소련과 그외 동구권 국가가 원조수원국으로 바뀌었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자국의 국가별 원조배분에 있어서 이들 국가에 우선권을 부여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미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액수의 원조를 받은 타개도국들에는 많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들은 줄어든 원조액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이나 한국 등 신흥부흥국가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본은 자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정부개발원조(ODA)규모 확대로 이미 몇년전부터 실시하여 최근에 세계제일의 원조 공여국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이것을 적절히 활용하여 많은 개도국으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하였고, 이 원조를 다시 개도국에서의 정치적 지지획득 및 무역의 확대로 발전시켰다.
넷째, 우리나라가 정부개발원조를 확대해야하는 필요성은 위에서 언급한 개도국과의 우호증진 뿐만 아니라 작금에 우리나라에 많은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변화된 국제정치 및 경제환경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경제침체와 국내문제 우선에 의한 대외원조액의 감소는 우리에게는 개도국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고 그 압력을 잘 해결하지 못할 때 우리에게 대외관계 개선측면에 많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와 같은 변화와 국제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정부개발원조 규모를 늘려 가는 길만이 국익에 부합되는 길이라 볼 수 있다. 【장현식<한국국제협력단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