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해가 몰려온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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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오염이 어느 특정국가나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전지구적인 과제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작년 6월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은 대기권의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위기가 모든 인류의 협조와 노력없이는 방지할 수 없는 재난이라는 공동인식에서 출발한 최초의 국제활동이었다.
환경문제가 전지구적인 과제라고는 하지만 국가별 또는 인접지역국가간의 오염방지라는 기본단위로부터 시작해 확대해 나가는 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오는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러시아·몽고 등 동북아 5국 환경협력회의의 성과에 기대를 갖게 된다.
12억에 가까운 인구와 세계 제3위의 국토를 가진 중국은 세계유수의 「공해대국」으로 부상돼 있다. 오염물질의 연간 배출량은 아황산가스 1천5백만t,이산화탄소 6억t,질소산화물 6백만t 등에 이른다. 이는 미국과 구소련 다음가는 규모인데 국민총생산(GNP)에 점하는 환경대책비는 고작 0.7%로 일본의 절반밖에 안된다. 에너지의 7할을 석탄에 의존하는데다 생산기술의 후진성과 재원부족으로 행정과 기업 모두 공해방지에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의 인식도 매우 낮다.
그 결과 중국 동북 연해지대에 집중돼있는 철강산업시설에서 분출하는 공해물질로 인한 대기오염상태는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19세기 런던과 비슷하다는 것이 미국 인공위성으로 포착되고 있다. 이렇게 심한 중국의 공해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대기의 이동을 따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열도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상당부분이 이렇게 중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봄만 되면 우리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황사현상이 바로 중국으로부터의 대기흐름의 명백한 증거다.
이같은 대기오염은 몽고나 북한도 정도 차이일뿐 심각한 상태로 우리가 보는 피해는 마찬가지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건설을 최우선의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다가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환경대책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동북아환경협력회의는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닌다. 우선 이들 인접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경적인 가해와 피해의 실상을 명백히 파악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진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이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나 별도로 동북아환경협력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나선 점에 비추어 장기적으로 참여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가 환경선진국과 후진국간에 환경파괴실상을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자본과 기술의 협력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전지구적 환경보전에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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