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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 절반 충원 않고 매년 3만~4만 명 줄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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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프랑스의 조감도가 나왔다. 1980년대 이후 뒷걸음질을 쳐온 프랑스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3일 국회 연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그가 추진 중인 개혁안의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피용 총리는 프랑스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개혁 대상에는 어떤 금기도 있을 수 없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것이든 고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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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일하는 프랑스'를 만드는 게 지상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실업이 국가 윤리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 개혁이 절실하다 "고 강조했다. 프랑스가 떠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실업률을 5%까지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8.1%다. 그는 적극적인 구직 의사가 없는 젊은이가 적지 않은 것이 현재 실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실업률 낮추기 정책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사회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날씬한' 정부를 만들어 국가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더 이상 국가가 적자에 허덕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씀씀이를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 2008년부터는 방만한 정부 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매년 퇴직 공무원의 빈자리를 절반만 충원하는 식으로 작은 정부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만 공무원 수를 3만~4만 명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피용 총리는 이 계획이 국민의 협조를 얻어 제대로 진행될 경우 늦어도 2012년 안에 국가 재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고 국가 부채 규모도 국내총생산 (GDP)의 60% 밑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를 위한 정부'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새로운 빈민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매년 50만 개의 신규 주택을 건설하고 이 가운데 12만 가구를 서민용 임대 주택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이민 2세들의 사회통합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는 이민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현재 프랑스에 사는 아프리카계 이민 2세를 위한 직업 훈련과 취업 대책도 구체적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은 피용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로 정부의 개혁 의지를 지지했다. 현재 여당 및 우파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 정치인들은 이 날도 "장밋빛 목표만 늘어놓고 국민에게 따르라는 일방통행식 국가 개조 계획"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 등의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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