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자사주 매각 의결 놓고 또 소송 … 부자 갈등 다시 불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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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꺼질 것 같던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불붙고 있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2남인 강문석 이사는 유충식 이사와 함께, 동아제약 이사회가 자사주를 매각하고 교환사채(EB)를 발행키로 의결한 데 대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앞서 2일 동아제약 이사회는 648억원 규모의 자사주 74만8440주(7.45%) 전량을 해외 법인에 매각하고, 이 법인이 이를 근거로 8000만 달러(736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유충식 이사를 제외한 6명의 이사가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고, 강문석 이사를 제외한 5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4월 공정거래위원회한테서 부과받은 350억원의 과징금을 마련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문석 이사 측은 교환사채를 인수한 쪽이 이 사채의 교환권 행사가 가능한 내년 7월 이후 동아제약 주식과 교환하면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 회장의 4남이자 대표이사인 강정석 부사장 등이 이를 우호주주 지분 확대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문석 이사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취지에 반대할 리 없지만 시장과 주주가 인정하는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이 있는데 굳이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이 문제”라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강문석 이사는 올해초 아버지 강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제약업계 원로의 중재로 화해한 뒤 3월 유충식 전 부회장과 함께 동아제약 이사로 취임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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