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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명 패션브랜드 한국시장 본격공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최근 패션 가에서는 다니엘 에스테,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 고시노 준코, 앙드레 쿠레주 등 세계적인 유명디자이너의 방한과 패션쇼가 잇따라 있었다.
이들의 패션쇼는 애초의 기획의도가 한국시장에 본격적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 특히 쿠레주는 한국시장의 진출을 위해 5년 전부터 시장조사 등 사전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치, 에르메스, 바렌티노, 피에르 카르뎅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의 옷들이 우리시장에 들어와 있다.
이처럼 외국 유명 디자이너들이 최근 부쩍 한국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올해 7월로 예정된 3차 유통시장개방에 따라 독자 진출이나 이전보다 나은 조건으로 우리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 유명패션업체들은 옷뿐만 아니라 토털패션을 지향, 액세서리·구두·가구·도자기·생활용기·초컬릿·과자·부동산등 의식주의 모든 분야에 자신의 이미지를 담아 상품화하고 있다. 토털패션의 이미지상품이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먹고 자고 사는 모든 생활을 통일된 이미지로 꾸밀 수 있다는 데서 착안된 것.
준코는 가구·도자기부문, 쿠레주는 건축·부동산업·미용 업·요식업에서 의상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옷을 통해 시장에 자신들의 고급이미지를 심은 뒤 결국 이러한 부대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즉 이들 패션기업의 독자시장 진출은 의상분야 뿐 아니라 다른 일상 잡화시장까지 잠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관련업계나 상공부 등 관계당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느긋한 여유를 보이고 있다. 상공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패션 유통구조가 생산부터 판매·재고 부담까지 져야 하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어 옷의 생산·공급까지만 하는 유통구조에 익숙한 외국업체가 국내시장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패션산업이 패션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뚜렷한 차이가 있는 만큼 최상급시장과 최저가시장을 외국에 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규모 의류업체인 E패션 관계자는『우리나라 유통구조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업체가 우리나라에 진출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기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특히 소비자들이 외국브랜드를 선호해 이들과 손을 잡으면 자체 브랜드 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직수입이나 라이선스형태로 진출해 있는 외국브랜드는 1백60여 개 정도로 이들 해외브랜드가 캐주얼부문은 거의 석권했고 하이 패션부문은 25%정도 잠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대규모 의류업체와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외국의류 수입이나 라이센스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외국 브랜드의 성공적 한국시장 잠식을 오히려「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호기」로 보는 것이다.
또 독자진출을 꾀하는 쿠레주 등은 하이 패션분야로 기성복을 만드는 의류업체들과는 겨냥 고객 층이 다르다는 점도 시장분석능력이 있는 대규모 업체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
하이 패션분야에서 직접 맞부딪치게 될 우리나라정상급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외국 패션기업에 비하면 양장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독자적 이미지 창출이나 이미지 상품 개발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디자인 수준이 낮고 통일된 코디네이션 상품 개발이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 시장에 이러한 토털패션기업들이 진출할 경우 당분간 상당한 시장 잠식과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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