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상실" 의학계 이슈|경희대의료원 사건을 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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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희대의료원의 비윤리적 시술로 표면화된 인공임신문제는 의료계의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으며 인공수정기술의 발달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모든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구현한다는 명분아래 자신들의 기술수준을 알리겠다는 명예심과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비윤리적인 시술까지도 하는 특권(?)을 누려 왔다.
간혹 문제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도 불임부부들의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쉬쉬하며 수그러들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선진의료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에 더 이상 의료계의 문제점을 덮어둘 수 없다는 국민공감대가 형성돼 어쩌면 인공수정에 관한 기준 안이나 법규의 마련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 동안 의료계의 어두운 단면으로 투영됐던, 임신과 관련된 인공수정·체외수정 등 인공임신과 대리모임신의 시술방법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인공수정=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로 남성의 정자에 결함이 있을 때 시술되는 불임치료.
정자의 운동성이 약하거나 수가 부족한 경우에는 남편의 정액을 채취해 자궁 내에 주입하면 되지만 무정자증일 때는 정자은행에 보관된 다른 남성의 정액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부자지간의 전통적인 혈연관념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한정된 공여 자에 의한 정액공급으로 한 남성의 정자를 다수의 여성에게 임신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와 함께 선진국의「노벨상수상자 정자은행」과 같이 우수한(?)정자를 보관하고 있다는 일부 병원의 선전에다 임신성공률을 높이고 좋은 정자를 선택하고자 하는 잘못된 생각으로 남편이 무정자증이 아닌데도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체외수정=수정란의 통과경로인 여성의 나팔관에만 결함이 있을 때 정자와 난자를 몸밖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시킨 뒤 자궁 내에 주입시키는 불임시술로 흔히 시험관아기시술이라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85년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 팀(산부인과)에 의해 처음으로 시술돼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킴으로써 국내의료계에 불임시술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체외수정도 폐경기의 아내대신 다른 여성의 난자를 이용해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아내의 자궁 내에 착상시켜 임신하는 사례가 발생해 인공수정과는 반대의 윤리적 문제를 야기 시켰다.
특히 최근에는 난자동결보존기술이 개발돼 난자은행에서 난자를 선택하는 일도 있는 실정. 또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수정란을 여러 개 주입해 다 태아를 만든 뒤 일정기간 뒤에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 생명체를 유산시키기까지 한다.
◇대리모임신=여성의 자궁에 결함이 있을 때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시킨 뒤 다른 여성(대리모)의 자궁에 옮겨 심는 불임치료.
유전학적으로 출산아가 친자이나 실제로 출산자체는 다른 여성이 수행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최근까지도 법률적·윤리적으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리모는 대부분 친자매 심지어 모녀지간 등 가까운 친·인척간이 많아 가족관계의 붕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미국의 ICNY라는 대리모공급회사가 우수한(?) 대리모를 통해 정상여성에게까지 출산고통 없이 아이를 낳게 해준다고 선전, 유혹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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