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뮤직, 애플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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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온라인 디지털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 애플에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이 반기를 들었다.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니버설 뮤직은 애플과 매년 체결해온 음원 공급 계약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유니버설 뮤직은 U2.스팅 등 인기 높은 음원을 애플에 공급해 왔다. 아직은 유니버설 뮤직이 애플의 음악서비스 사이트 아이튠(iTUNE)에 음원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를 중단할 경우 아이튠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아이튠에서 차지하는 유니버설 뮤직의 음원 판매 비중은 15%(2억 달러.약 1840억원)에 달한다. 유니버설의 음원 공급이 중단되면 아이튠은 미국에서 새로 나오는 음악 셋 중 하나는 서비스하지 못할 전망이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에 이어 휴대전화 아이폰까지 승승장구하던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잡스는 올해 초 "디지털 음악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저작권보호장치(DRM)를 제거한 음원을 판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애플은 지난달 초 EMI 등과 손잡고 DRM을 제거한 음원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 음악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잡스에 이번 사태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의 계약 갱신 거부는 DRM 제거를 비롯해 애플이 디지털 음악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데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애플 등 디지털 유통망업체와 음반업계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음악업계에선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아이튠이 가진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반기를 드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애플과 음반사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유니버설 뮤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애플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 단위 판매를 포함해 유니버설 뮤직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향으로 음원 공급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애플 대변인은 "아직은 유니버설 뮤직의 음원은 공급되고 있으며, 공급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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