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사무소 숙직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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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3월부터 서울시내 5백19개 동사무소 일선공무원(1만4천2백45명)들의 숙직근무가 사라진다.
서울시가 그 동안 1백10개 동사무소에서 시범 운영해 온「무인전자경비 숙직시스템」이 다음달 안으로 전동사무소에 확대 설치됨에 따라 전자감지기가 숙직근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여성공무원 증가(92년 9급 공채 중 여성69%)에 따른 남자직원들의 숙직부담을 덜어 주고▲13시간 민원처리제도(오전8시∼오후9시) 실시에 따른 인력난 해소 등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백10개 동사무소에 전자경비시스템을 설치·운영해 왔다.
이 시스템은 각 동사무소가 한국안전시스템 등 경비용역업체와 계약, 동사무소의 출입문·창문·민원서류 보관 실·동장 실 등에 전자감응장치를 부착해 무인경비가 가능토록 설계되어 있다.
한밤중에 동사무소에 괴한이 침입했을 경우 전자감응장치가 전산망을 통해 용역회사의 중앙관제센터에「이상」을 알리고, 용역회사측은 7∼8분내에 24시간 대기경비요원을 출동시켜 이상유무를 체크토록 하고 있어 숙직 자를 별도로 두지 않고도 안전경비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한 동사무소에서는 매월 3∼4차례씩 해야 했던 일반직원의 숙직근무를 폐지시켰다.
이로 인해 활용인원이 상대적으로 늘어 일직근무도 월 3회에서 1회로 줄었다.
기계설치비(35만원)를 제외한 전자경비시스템의 월 평균 운영비는 13만원으로 동 직원 1명분 한달 숙직비용 22만5천 원보다 9만5천 원이 적게 들어 이 시스템을 전동사무소로 확대할 경우 매월 4천9백여 만원씩 연간 5억9천만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숙직이 없어지면서 동사무소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도 부쩍 늘었다.
과거에는 잦은 숙직과 폭주하는 민원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동사무소 근무를 기피해 특별수당까지 지급하며 모셔 갔으나 최근에는 구청보다 근무조건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돼 희망자가 급증,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서울 용산구 청파2동사무소에서 건축민원을 담당하는 백종이씨(33)는『그 동안 한 달에 네 차례 정도 숙직이 돌아와 피로에 스트레스까지 겹쳐 업무수행에 지장이 많았는데 지난 11월 전자경비시스템을 설치하면서부터 근무여건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보급하는 업체는 한국안전시스템· 한국보안공사 등 30여 개.
지난 81년부터 국내 최초로 동사무소·은행·관공서 등에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운영해 온 한국안전시스템 구순우 과장(38)은『영리 목적보다는 공익차원에서 공공시설을 보호키 위해 90여 대의 차량과 3백여 명의 경비요원들이 24시간 불침번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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