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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못낳는 것도 서러운데…/인공수정 의료윤리 “실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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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공정자 질병검사 안하며 한사람 것 여러 여인에 시술/“의대생·병원 부근 청년들 돋받고 준다”나돌아/엄격한 지침마련 법제화 시급
서울 경희의료원의 마구잡이 체외수정 사건을 계기로 의료윤리 실종 현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공수정」관련 법제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85년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 인공수정 시대가 열린지 9년째로 접어들었으나 관련법규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의료계 일각의 윤리망각·무성의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포함한 각종 질병 감염,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간의 근친 결혼 가능성 등 심각한 윤리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일본처럼 엄격한 지침마련 등 여러단계의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술실태=불임시술은 현재 각 대학병원은 물론 서울 C,J,M병원 등 20여곳 개인병원에서 시행되고 있고 서울대병원에서만도 한달에 20건쯤 인공수정이 이뤄져 임신에 성공,태어난 아이들이 연간 최소 1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남성측에 원인이 있는 불임에서 이뤄지는 타인 제공 정자를 이용한 체외수정때 제공되는 정자의 「안전성」여부다.
국내의 경우 정자제공은 무상기증을 원칙으로 한 사람의 것을 여러 여성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자제공을 꺼리는 풍조 때문에 일부 대학 및 종합병원에선 실습중인 의대생들이나 심지어 병원부근 신원 미상 청년의 정액을 받아 제공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있다.
실제 서울 소재 의대생 이모군(24)은 『산부인과 실습도중 교수의 권유로 정액을 세차례 제공하고 1회에 8만원씩 사례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의대 장윤석교수(산부인과)는 『인공수정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무법천지』라 지적하고 『이 때문에 최근 일본사람들이 넓은 의미의 법망을 피해 국내에 들어와 다른사람의 자궁을 빌려 대리모 임신을 하는 등 비윤리적 의료수요의 온상이 되는 기현상까지 빚고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검사 부실=현재로서는 85년 제정된 「산부인과학회 윤리강령」외에 이렇다할 지침·세칙이 없고 실제에서 유전질환·성병·에이즈 등 반드시 해야할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 체외수정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사람이 제공한 정자로 10명 이상 임신시키지 못하고 ▲인공수정때 시진·문진·혈액(에이즈·매독·간염·빈혈 등) 검사를 반드시 하며 ▲제공받은 정자를 6개월 이상 얼려놓은뒤 6개월 됐을때 정자제공자를 직접 불러 에이즈 안전검사를 한뒤 체외 및 체내수정을 할 것 등을 불임학회 시술지침으로 정하고 형사법으로 환자의 동의없는 불법행위를 통제한다.
그런 미국에서도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의 정자로 74명의 여성에게 시술한 사실이 밝혀져 큰 물의를 빚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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