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한국최고의 빵 장인 되겠다"|크라운 베이커리 박준상 차장 제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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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칭「빵쟁이」박준상씨(37·크라운 베이커리 차장)는 누구보다도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직장인이다. 그의 자신감은 단순한 의욕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한국 최고의 빵쟁이(제빵사)가되기 위해 쉴새 없이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박씨는 우리나라 제빵 업체의 기술자로는 드물게 4년 제 대학(동국대 식품공학과)을 졸업하고 2년제 전문대인 일본 동경제과학교에 유학했다. 일본 유학시절 그는 동급생 2백50명 가운데 졸업 때까지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그는 또 빵의 본고장인 유럽의 제과학교(프랑스 르노트르, 스위스 리치몬드)의 연수과정까지 마쳐 관련업계에서 제 빵의 실기와 이론을 탄탄히 갖춘 전문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박씨가 빵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3년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관리직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제 빵 회사에서는 관리직이라도 빵 만드는 공정을 알아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장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기존의 제빵 사들이「편한 자리 버리고 왜 빵 기술을 배우느냐」「당신이 여기서 얼마나 버티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들이더군요. 물론 기술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고요. 때문에 외국 제 빵 서적을 들춰보며 혼자 기술을 익혀야 했습니다.』독학을 계속하던 그는89년 국내 제 빵 기술의 한계를 절감,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사표를 내려 했으나 오히려 회사에서 그의 각오를 인정해 수천만 원을 유학비용으로 지원해 줬다.
『회사 도움까지 받아 일본에 갔는데 가만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토·일요일,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동경의 유명제과점에서 견습생활을 했습니다.』92년 3월 졸업 후 귀국한 그는 현재 회사가 직영하는 6개의 제과점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박씨의 이 같은 직장생활은 대학 나와 현장에서 뛰기를 꺼리는 우리 풍토에 또 다른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각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며『특히 나름대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고학력 자들이 적극 뛰어들어 장인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귀국 후 1년여 동안 특수케이크·양과자·생크림 빵 등을 십 수종씩 개발한 그는 빵은 맛과 외형·위생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좋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우선·당장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빵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는 최근 국내 빵 시장이 급격히 팽창, 연간 매출액 수 십억 원을 넘는 단일매장이 적지 않은 등 제 빵 분야가 아주 유망하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전주고교를 졸업, 74년 대학에 입학한 후 83년 졸업하기까지 학창시절 적지 않은 방황과 좌절을 겪은 것이 오히려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월 급여는 2백 만원 수준.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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