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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폭행·조폭과의 전쟁 13년 '강력범 킬러' 여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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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일 여경 창설 61주년 기념식에서 다모 대상을 받은 서울경철청 윤화자 경위. [사진=변선구 기자]


"2년 전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투약자의 애인 행세를 하다 들켜 차에 5분 정도 감금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동료들이 나서 검거에 성공했어요. 그때 확보한 해시시와 히로뽕만 해도 5㎏이 넘었죠."

2일 경찰청에서 열린 여경 창설 61주년 기념식에서 제4대 다모(茶母) 대상을 받은 윤화자(36.여) 경위. 그는 '생애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회고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1990년 순천여고를 졸업하고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윤 경위는 17년의 경찰 생활 중 13년을 강도.성폭행.마약.조직폭력 사범을 검거하며 지낸 베테랑 수사관이다. 94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에 근무했고 2004년에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창설 요원으로 참여했다. 이듬해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옮겨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는 범인 검거를 위해서라면 마약 투약범의 애인, 성폭행 피해자, 남편의 불륜을 의심해 불법 심부름센터를 찾은 주부로 위장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 3월에는 서울 논현동의 테마안마시술소 단속에 투입돼 5개월간 잠복과 미행을 수없이 반복했다. "성직자만 빼고 거의 모든 직종의 고객이 다녀갔다"며 세상이 떠들썩했던 이 사건 수사에서 윤 경위 팀은 업주.투자자.종업원.성매수자 등 65명을 검거했다. 업주에게는 63억원이 추징됐다.

그는 일단 추적하기 시작한 범인은 지금까지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그가 잡은 피의자만 해도 110명에 이른다. 이 중 10명은 구속됐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경으로서 장단점을 묻자 "여자라서 생기는 단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장점으로는 ▶피의자가 쉽사리 경계심을 풀 수 있고 ▶꼼꼼해 작은 단서도 쉽사리 지나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체력 단련을 위해 매일 오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운동을 거르는 일이 없다. 수사 중 어려운 사연을 듣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2005년 9월엔 중국 조선족들을 상대로 한 국적취득 알선조직을 수사해 31명을 검거했다. 불법 입국으로 추방될 처지가 된 조선족 10명이 임금과 집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줬다.

동료들 사이에선 '소탈한 아줌마'로 통한다. 그는 이날 시상식장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겪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인을 검거할 때마다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며 "경찰의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95년 회사원과 결혼해 초등 5학년 딸을 둔 윤 경위는 "경찰은 참 멋있는 직업"이라며 "딸에게도 강추(강력히 추천)예요, 강추"라며 웃었다.

◆여경 창설 61주년=경찰은 46년 경무부 공안국 여자경찰과 설치일인 7월 1일을 여경의 날로 선정했다. 올 5월 말 현재 여경은 5053명으로 전체 경찰관(9만5987명)의 5.3%며 경위 이상 간부직은 579명이다.

권근영 기자<young@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다모(茶母)=조선시대 사헌부와 의금부.포도청 등에 소속돼 활동하던 '여성경찰'로 첩보 수집과 여성 관련 사건의 수사를 주로 담당했다. 2003년 7월 TV 드라마로 방영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경찰청은 2004년부터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와 범인 검거 실적이 우수한 여성 경찰을 선정해 다모 대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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