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산업기술재단서 연봉 일부 지원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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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디스크 원심분리기로 가두리 양식장의 퇴적오염물을 제거하는 코스코 장순욱 연구원(右).

중소업계도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석·박사급 R&D 인력을 채용하려면 부담감이 앞선다. 당연히 학사 출신에 비해 연봉이 높기 때문이다. 이공계 석·박사들 또한 중소기업에 들어가길 꺼린다.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남 여수의 해양 분야 조사·설계 ·시공 전문업체인 코스코의 최종규 대표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전자통신을 전공한 김온·장순욱 두 석사급 연구 인력을 채용하면서 독자적인 해양탐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들을 해양조사선의 무인조종 시스템과 친환경 오염 퇴적물 준설화 방법 개발 업무에 투입해 54 t급 친환경 해양조사선의 건조 시기를 연말로 앞당겼다.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최 대표는 “연구 인력이 보강된 덕분에 R&D 성과를 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력 인증으로 이어져 다양한 R&D 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대전 유성의 의료기기 업체인 매카시스도 지난해 상반기 한 명의 석사급 연구인력을 채용한 뒤 잔류 농약 속성 분석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1억4000만원이던 연간 매출이 4억원으로 뛰었다.

코스코와 매카시스는 한국산업기술재단이 2004년부터 시행해 온 ‘중소기업 석·박사급 연구인력 고용지원 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이공계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1년간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석사급은 연간 1440만원, 박사급은 1800만원 수준의 고용 지원금을 주고 나머지 연봉은 중소기업이 부담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은 2200만∼28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도록 해 연구인력의 처우개선을 유도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에 R&D 인력을 유입시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R&D 인력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제도로 올 상반기 377명의 연구인력이 중소업계에 취업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1760개 중소기업에 2045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지원했다.

 서울 가산동에서 고화질 방송용 모니터 생산업체인 티브이로직을 경영하는 이경국 대표도 이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 경우다. 주로 학사 출신들을 연구 인력으로 활용하다 2004년 이 제도를 통해 석사급 연구원 한 명을 뽑았다. 방송국에 납품하는 고화질 모니터의 사업화에 성공하면서 매출을 4억원에서 11억원으로 늘렸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한 명의 석사급 연구원을 추가로 채용했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석사급 인력과 그런 경험이 부족한 학사급 인력은 연구 현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연간 1000만원대의 인건비를 들여 석사급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전자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8월 티브이로직에 입사한 조원 연구원은 “졸업 직후 취업 전선에 나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연구인력 사이트에 등록한 뒤에는 여러 중소기업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보다 보수는 적지만 불만이 심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충주대 정보처리공학과에서 석사를 따고 지난해 6월 이 제도를 통해 매카시스의 연구원으로 채용된 김용관씨도 “함께 졸업한 동기들 중 상당수가 산업기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의 지원 대상은 이공계 석·박사 출신 미취업자다. 모집 기간에 ‘연구 인력 중개알선센터(www.rndjob.com)’에 직접 등록해야 한다. 연구 인력을 지원받으려는 중소기업은 종업원 수 5인 이상이면서 지난 3년 간 매출액 평균이 1000억원 이하여야 한다. 또 기업부설 연구소 또는 연구 전담부서의 연구원 수가 30명 이하여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은 연구 인력 중개알선센터에 등록한 다음 원하는 연구 분야의 경험이 있는 연구인력을 검색해서 뽑을 수 있다. 산업기술재단은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지원대상을 모집한다. 올 하반기 모집은 4일부터 다음달 말까지다.

 산업기술재단의 김류선 인력양성팀장은 “중소기업의 지원인력 만족도 조사에서 매년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1년이 지나 지원이 종료된 뒤에도 고용유지율이 80%를 넘는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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