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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걷는 소가 나타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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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몸매에 장난스럽게 올라간 눈동자. 더벅머리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뿔. 앞발은 허리에 올려놓고 다리를 꼰 어정쩡한 폼으로 찰칵!

얼마전 조인스 투데이(http://www.joins.com/today)의 포토게시판에 두 발로 걸어다니는 소가 등장했다. 이 소는 뉴질랜드의 '반지의 제왕' 촬영지를 답사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땐 거리 퍼레이드에 참석, 아이들과 사진도 찍는다. 탐스런 장미송이를 귀(?)에 꽂고 여름날을 만끽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동차도 가지고 있는 오너드라이버이기도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소는 '소의 탈을 쓴 사람'이다. 게시판에 사진을 올리는 '제이제이'님 본인이 그 속에 들어가 있다는데… 남자? 여자? 나이는? 그 옷은 어디서 났을까?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생뚱맞게, 하지만 너무나도 귀엽게 등장하는 이 소 한마리에 네티즌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단 몇 장의 사진으로 그의 팬이 되어버린 본인, '스토킹'을 통해 제이제이님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름은 박재범. 30대 초반. 조그만 회사의 홀로 주인".

제이제이님이 밝힌 간략한 신상명세다. 답신이 늦어 웬일인가 했더니 뉴질랜드 남섬에 일 때문에 내려갔다 왔단다. 그런데 그 일이란게 바로 '소의 옷을 입고 여행하는 것'이라니 부럽기만 하다. "유학생으로 왔다가 눌러앉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할 일이 필요했구요. 일자리가 많지 않은 이 곳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한 셈이죠. ㅋㅋ"

그 독특한 소 의상은 '무질랜드(Moo Zealand)'라는 유가공 식품 브랜드의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제이제이님 본인이 만들었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브랜드화 시켰다고. "브랜드를 키우는데는 작지만 친근하고 지속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했습니다" 회사 사장님이 직접 옷을 입고 다니면서 복장을 테스트하는 셈이다. 여행을 다니는 것은 내년에 쓰일 프로모션 사진 촬영과 장소헌팅을 겸한 것. 틈틈이 바자회나 어린이 병원 방문 등 작고 소박한 행사들에 참여하며 현지 시장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한여름(뉴질랜드는 현재 여름이다)에 두꺼운 털옷을 입고 다니는 것 때문에 '행여 땀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당연히 계속 그 옷만 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구요,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입고 찍는거죠. 항상 청결하게 갈아입고 있어 땀띠 걱정은 없어요. ^^"

독특한 복장으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고 한다. "한번은 인도사람 같은 부부가 막 낳은 듯한 아기를 저한테 안기더라구요. 저한테서 축복기원을 바라는 것 같은데, 얼마나 난처했는지…ㅋㅋ 열심히 해주긴 했죠. MOO ̄MOO ̄라고요."

네티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다. 너무 자연스러운 포즈 때문에 당연히 동행이 있겠지 생각했었는데, 답은 'NO'.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셀프로 찍는다고. "창피하긴 하지만 이 사진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견뎌냅니다. ^^"

원래는 애니메이션 프리프러덕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일단 작지만 시작은 한 셈이고, 프리프러덕션이 준비되면 '미스터 빈(Mr.Bean)' 스타일의 방송용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제이제이님을 비롯하여 음악.애니 등을 맡을 5명이 한팀으로 뭉쳐 준비중이다.

"게시판을 통해 독자분들과 정을 나누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질타를 받을 땐 조금 섭섭했지만, 관심어린 덧글을 올려주실 땐 정말 고마웠습니다. 앞으로도 뉴질랜드 구석구석을 찾아가 재미난 사진들을 많이 찍고, 보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소 ̄ㅋㅋ"

내일은 세계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기스본(Gisborne)에 가서 일출을 찍어올 예정이란다. 젊은이의 열정과 패기로 타향에서 자리잡아가는 제이제이님의 재미난 사진들을 기대해본다.

PS.

아차! 제이제이님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bizelle.do#)에 가면 조인스 포토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은 미공개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다. 팬이라면 안부게시판에 인사말 남기는 것도 잊지 말길.

성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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