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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부서 없고 제도·법률 미비|비 전문성이 유아교육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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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치원생 모집이 한창인 요즘 일부 인기 있는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밤샘 줄서기 등으로 유아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열기가 새삼 드러나고 있으나 부모가 마음놓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은 그리 흔치 않다는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 근·현대적 유아교육(1897넌)이 시작된 지 1백년이 가깝고 유아교육법 시행령(1983년)이 발표된지도 10년을 맞아 취학비율은 47·5%(92년 현재). 약 62만8천명의 전국 5세 어린이들 가운데 29만8천명이 1만7천8백78개 유치원 및 새마을유아원에 다니고 있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취학비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아교육 시설·교사·행정조직 및 전문가 등 모든 면에서 문제점들이 수없이 많은 실정.
「한국 유아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국전문대학 유아교육과 교수협의회가 마련한 학술대회(14∼1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강당)에서 발표자들은 유아교육 관련 현행 제도 및 법규가 유아교육의 질과 수준을 향상시키기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아교육 행정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서 고광태 교수(목포전문대)는 국내 유아교육행정이 조직 및 제도 자체의 전문성과 구조화·과학화·사회화·민주화·교육화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주장. 현재 교육부에는 유아교육담당자가 초등교육국장 아래 유아교육담당장학관과 장학사 등 3명뿐이며, 그나마 초등교사출신 등으로 유아교육의 본질적 발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아교육의 독자성과 고유한 영역을 고려할 때 유아교육만 전담하는 별도의 국·과·계가 있어야 하며, 각 시·도 및 군 단위 교육청에도 적정수의 유아교육 행정담당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현재 15개 시-도 교육청에 19명,1백79개 지역교육청에 1백42명뿐).
이와 함께 고 교수는 유치원을「유아학교」로 바꿔 공교육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20명을 기준으로 유아학교를 만들되 반드시 원장·원감·교사·사무원 및 취침시설과 간식시설 등을 제대로 갖춰 종일제로 운영함으로써 점점 늘고 있는 맞벌이부모들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 우수한 사립유치원은 국고로 지원하는 유아학교로 바꾸고, 운영이 부실한 사립유치원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믿을 만한 단체나 법인이 인수해 유아학교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표한 임채식 교수(대한공업전문대)는『유아교육의 보편화와 능력 있는 미래의 주역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유아교육의 공교육 화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그것은 아직까지 자리잡지 못한 유아교육을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사립유치원원장 가운데 약28%만이 그 자격을 갖추고 있다 든 가, 사립유치원이 많은 서울·대구·인천등 대도시지역의 경우 자체 건물이 없어 임대시설을 이용하는 등으로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영세한 사립유치원들이 많다는 사실도 공교육화의 시급성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는 것.
한편「유아교육기관 2원 화에 따른 정책개선방향」을 발표한 김주건 교수(부산여자전문대 )는 보사부 관할의 보육시설과 교육부 관할의 유치원을 통합해 교육기능과 탁아기능을 동시에 맡도록 하고 관할행정부처는 교육부로 1원 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사부의 보육시설 지원비용도 교육부로 이관시켜야 하며, 전체유치원생의 약 70%를 맡고 있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으로 모든 어린이들이 지역, 부모들의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수준 높은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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