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헌논의 확산/정계 움직임에 일 정부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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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야 모두 “시대에 맞게” 한목소리/“자위대는 위헌”… 사회당까지 동참
최근 일본에서 헌법개정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신당이 정책대강에서 개헌을 제창한 이후 자민·민사·사회당 등에서 잇따라 개헌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은 13일 열린 당역회의에서 야당측에 개헌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협의기구 설치를 제의하기로 결정했다.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 차기 사회당위원장도 지난번 위원장에 출마하면서 「헌법의 창조적 전개」 논리를 전개,개헌용인 발언을 했다.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해말 국회에 여야 헌법문제협의회를 설치해 헌법개정을 논의하자고 나섰으며,올들어 가지아먀 세이로쿠(미산정육) 자민당 간사장도 헌법개정을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갑작스런 개헌논의에 당황하고 있으나,냉전종식후 국제사회변화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같은 개헌논의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종래의 헌법개정논의는 현행 헌법이 전후 미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식의 냉전시대를 반영한 여야의 경직된 대결자세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 자민당은 냉전시대에 국가방위력의 충실화라는 점에서 재무장을 하려했고 야당은 이에 결사적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 논의는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여야 모두가 「시대에 맞는 헌법」을 만들자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제정된지 반세기나 된데다 냉전종식후 새로운 국제정세의 흐름속에서 일본의 역할과 경제·사회구조 변화 등을 감안,새로운 국가이념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자민당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일본이 적극적인 국제공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자위대를 유엔군의 일원으로 국제분쟁지역에 파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하고 있다. 즉 앞으로 예상되는 유엔평화유지군(PKF)·다국적군·유엔군 창설 등을 감안해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자위대를 참여하도록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거나,현행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제9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당은 이같은 개헌노선엔 반대하고 있다. 야마하나 차기 위원장은 유엔 PKO나 일본 방위를 위해선 안전보장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족하며,헌법개정에 재일 외국인을 포함한 인권문제라든가 환경문제를 삽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당은 여전히 자위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개헌논의 자체를 금기시해왔던 사회당이 개헌을 논의하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일본 신당은 유엔지휘하의 치안유지활동에 일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며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또 개혁세력인 평성유신회를 이끌고 있는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대전연일)는 자주국방을 위한 군비를 인정해 헌법 제9조를 개정하되 문민통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당의 최대 지지세력인 노조도 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사회당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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