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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통근 어려워…자족도시로 커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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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8면

화성시 동탄면 청계리 항공사진. 중앙포토

8개월여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분당급 신도시’는 결국 기존 동탄신도시의 동쪽 동탄으로 정해졌다. 이른바 ‘동탄2 신도시’다.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됐던 서울공항, 과천~안양, 하남, 광주 오포, 용인 모현, 광명 중 하나가 간택됐더라도 그랬겠지만 역시 동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상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동탄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다.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 게 논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의 신념(?)은 확고하다.
“분당·일산 만들 때 언론에서 뭐라고 했나. 너무 멀어서 아무도 안 간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두고 봐라, 동탄이 그렇게 될 것이다.”
동탄신도시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봤다.

말 많은 동탄2 신도시

강남 대체효과 미흡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동탄은 강남의 거리 대체가 아니라 기능적 대체 도시”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신도시를 만들어봐야 교통혼잡만 유발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서울 도심에서 50㎞, 양재에서 30㎞ 거리에는 있는 동탄은 서울에서 멀긴 멀다는 사실을 장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기능적 대체란 뭔가. 서종대 본부장은 “동탄과 그 인근에서 직장이 해결된다면 그게 바로 기능적 대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수준의 직장이 동탄과 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면 굳이 강남으로 이사 가거나 출퇴근할 필요가 없으니 동탄이 강남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 본부장은 “지금까지의 신도시와 달리 동탄엔 100만 평 규모의 비즈니스 단지가 들어선다”며 “인근에 밀집한 삼성 등의 산업 단지와 동탄 비즈니스 단지가 연계되면 동탄은 자족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추세여서 얼마나 많은 벤처기업이 동탄으로 몰릴지는 미지수다. 동탄 말고도 입지가 좋은 벤처단지는 수도권에만 여럿이다. 첨단 공장이 이전하고 싶어도, 공장·산업단지 총량제를 규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그 또한 쉽지 않다.
장만석 건교부 신도시지원단장은 기존 동탄신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 메타폴리스 청약에 서울 거주자가 20%에 이른 것을 예로 들며 “동탄은 수도권 핵심지역의 주택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당초 정부는 청약자 10명 중 8명이 서울 거주자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는 2명밖에 되지 않은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조사 결과 서울에서 30㎞ 이상 떨어지면 통근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자족도시로서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않는 이상 동탄의 강남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낮은 분양가 매력?
서종대 본부장은 “송파신도시에서 평당 900만원대에 분양하는 만큼 동탄의 분양가는 800만원대에 맞출 것”이라며 “틀림없이 약속은 지킨다”고 다짐했다. 판교 중소형 평형의 경우 당초 900만원대 초반에 분양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분양가는 1100만원대였다.
건교부의 자신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 동탄2 신도시 예정지의 대부분이 농지와 임야다. 게다가 판교에 비해 개발 정보가 늦게 퍼져 땅값도 판교만큼 오르지 않았다. 토지보상도 채권보상이 확대되고, 개발된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도 시행된다. 지난해 발표된 11·15 대책에 따라 광역교통시설에 대해선 정부와 지자체, 시행사가 일정액을 분담한다.
하지만 수요자 분담 원칙을 어기고 정부 등이 기반시설 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다.
강남 대체와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평당 800만원의 분양가로 강남을 대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명품도시 건설과 저분양가 정책은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부축의 교통난 가중
정부는 신도시 발표에 교통대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내년 2월 상세 개발계획에서 함께 교통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서 본부장은 “지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동탄의 교통이 분당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부축의 과밀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정만석 단장은 “수도권 남부 이외에 서부·북부에도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경부축만 과밀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만 경부고속도로가 과밀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교통계획을 입안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2경부고속도로, 분당선과 국철의 동탄 연장 등이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대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센터장도 “경부고속도로의 과밀화를 방지할 대책만 있다면 도로축을 따라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은 독(毒)일까, 약(藥)일까
동탄2 신도시의 한가운데 52만 평 규모의 리베라CC가 있다. 골프장이 교통 소통을 방해하므로 도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화성시는 이런 이유를 들어 골프장을 신도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일부 위원도 골프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골프장 제외가 분양가를 낮추고, 인근 아파트의 쾌적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만하다. 건교부는 리베라CC를 수용하는 데 따른 보상비를 동탄2 신도시 개발 비용의 5%에 해당하는 7000억원대로 추산했다. 골프장 측이 영업권 보상까지 요구하면 보상가격은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보상비가 많이 나갈수록 분양가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골프장은 지대가 높아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골프장이 신도시 개발 후 아파트 가격 상승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골프장 가까이 있는 집은 조망이 좋기 때문에 통상 그렇지 않은 집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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