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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에너지 강력 분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오늘날 팝 계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것은 이제 필수과목이 되어 버렸다. 뮤직비디오가 없었다면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가 과연 이만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지 심히 의문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흔히 말하는「비디오형 스타」로서의 조건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허름한 점퍼와 청바지를 걸친 외모에서부터 투박한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비디오 모음집』(Video Antho1ogy·신한 프로덕션출시·사진)은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흡인력을 감추고 있다.
그 힘은 우선 로큰롤 고유의 반항적인 에너지를 일관되게 표출해 온 그의 음악에서 연유한다. 데뷔이래 그의 일관된 주제는 앨범제목그대로「도시 주변 부의 어둠」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다 많은 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강요하는 미국사회의 비정한 운동법칙에 의해 밀려난 사람들의 삶의 풍경이다.
「분노의 질주」(Born to Run),「미국에 태어나서(Born in The U. S. A.)」등 모두 17곡을 담고 있는 이 비디오는 반 정도가 그의 공연실황에서 따왔고 나머지는 MTV용의 비디오클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실황에선 그가 아직 대 스타가 되기 전인 70년대의 패기에 가득 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디오클립들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실업자 생활에 견디다 못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한 젊은이를 거친 흑백화면으로 그린「아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나 교외의 호사한 저택에 사는 중산계급여인에 대한 노동자청년의 동경과 질시를 그린「열정에 휩싸여」(l`m on Fire)등은 잘 만든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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