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직접 받은적 없다”/이종찬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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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채승계 합의는 사실”… 고소여부 불투명
새한국당의 이종찬대표는 정주영국민당대표로부터 50억원을 받은 것일까,아닐까. 도대체 그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주영대표가 새한국당과의 통합협상 과정에서 『50억원을 주었다』고 폭로한 것은 지난 6일이었다. 그는 『새한국당의 부채가 50억∼1백억원이 된다고 해 50억원을 건네주었으나 그 사용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찬대표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며 『언제 누구에게 주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 대표의 이같은 발언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7일 오전 새한국당측은 진상을 좀더 알아본뒤 고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발짝 빼는듯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민당측이 「발언취소」 등 태도변화를 보일 경우 구태여 고소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당의 뚜렷한 입장변화가 없자 7일 오후부터 강경대응쪽으로 바뀌었다. 새한국당은 이날 전국지구당위원장회의를 열고 강력 대응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 대표와 직접 거래를 통해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명예훼손혐의로 정 대표를 고소하는 문제를 포함해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합당시 부채를 승계키로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경우사무총장에게 확인해보니 채무변제를 위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합당키로 한뒤 선거운동을 위해 우리 조직원들의 가동비로 얼마가 왔다고 하더라』고 일부 돈이 수수됐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 장경우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말한 조직가동비는 지난해 12월14일 통합선언후 국민당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새한국당 조직원들에 대한 활동비였다』고 해명했다.
○…새한국당은 내주초 정주영대표를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8일부터 장경우총장과 당내 변호사출신 인사들이 법률검토와 함께 고소장 문안작성에 들어갔다. 법적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돈 받은 것을 시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이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수사를 통해서라도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 봐야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물론 이같은 강경론자들이 절대 다수인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법적 대응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들은 정 대표를 고수할 경우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그렇게 되면 이 대표가 소환돼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부담이 많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50억원 수수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새한국당의 다른 자금출처마저 드러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사법적 대응문제는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 또다른 자금출처가 드러난다면 새한국당은 물론 선의의 제공자에게까지 엉뚱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한국당측이 내주초 정 대표를 고소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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