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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비정규직법 부작용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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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법이 발효된다. 기간제 근로의 경우 2년 이상 연속해 사용할 수 없고, 파견근로의 경우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직접고용의무라는 제재가 가해지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기준에 따른 시정기능이 작동된다.

이에 대한 기업체의 대응방식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신세계처럼 주5일 40시간 근무에 승진하지 않는 조건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근로조건 조정형 전환 방식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기존의 정규직과 분리된 트랙의 직군을 두는 우리은행 사례도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이랜드 유형으로, 기존의 비정규직 직원을 계약해지하고 용역으로 전환하는 업무의 외주화 방식이다. 조선업의 협력업체 및 완성차의 사내하청 업무의 완전독립화ㆍ분리화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그나마 사회적 평판을 걱정하고 여유 재원이 있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전자를 택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후자의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도와 달리 고용불안 증가

이처럼 비정규직법이 당초 의도와 달리 고용불안정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기간제 근로자를 쓸 수 있는 상한기간이 줄어들수록 기업들의 외주화 유인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만일 정부가 여기에다 보호규제를 강화한다면 더 큰 폭의 외주화-고용불안의 심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마치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다. 법을 만지면 만질수록 노동시장 문제는 점점 나빠지는 방향으로 꼬여만 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비정규직법은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근본적인 개선에 앞서 비정규직법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첫째,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기간제 상한기간, 파견허용 기간 및 업종 제한 등이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더욱 정교한 외주화가 시도되는 것은 아닌지, 차별금지를 피하는 새로운 수법이 나타나는지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모니터링 결과 애초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입법의 취지가 달성되지 않고 노동시장의 변형 내지 왜곡이 보일 경우 기간제 사용기간, 파견허용업종 및 파견기간 등을 과감히 삭제해 차별금지를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완 수준에서 정비하면 될 것이다.

독일의 성공사례 참고해야

둘째, 우리나라의 상황논리에만 갇혀 있지 말고 외국의 입법동향을 참고해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직된 노동법 때문에 실업이 크게 늘었던 독일의 경우 ‘어젠다 2010’이라는 혁명적인 노동법 개혁으로 최근 고용이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에 뚜렷한 구조개선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전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좌파정부는 기간제 근로 사용규제 예외를 52세 고령근로자로 확대했고, 새로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 처음 4년간은 기간제 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밖에 해고제한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사업장의 규모를 5인에서 10인 이하로 확대하는 등 노동법의 유연화를 통해 고용창출을 도왔다. 정치성향이 다른 우파 앙겔라 메르켈 정부도 이 법의 입법효과가 안착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100만 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고 2%대의 견실한 성장률을 보이는 등 ‘독일병’이 치유돼 가고 있다. 독일의 사례는 비정규직 보호입법과 특수고용직 종사근로자 보호입법을 연이어 추진해 온 우리 정부와는 정반대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7만여 명을 정규직화함에 따라 정부 예산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또 이 같은 차별적인 정책적 배려 때문에 혹여 공공부문으로 취업자가 쏠리는지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비정규직은 쪽박-참여정부의 비정규직은 대박’과 같은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리는 것도 정부의 고용정책이 일관성 없이 정치적으로 운용된 결과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