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개 증권사들 신용융자 축소 합의 … 증시 충격 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증권사들이 8월 말까지 신용융자 잔액을 자기자본의 40% 또는 5000억 원 이하로 축소키로 합의했다. 28일 14개 증권사 관계자들이 증권업협회에 모여 최근 신용거래 급증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결과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거래 규모 축소를 권고한 바 있다.

당국의 경고음과 증권사들의 자율 규제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급증하기만 하던 신용융자 잔액이 27일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5일 사상 처음으로 7조 원을 돌파한 신용융자 잔액은 26일 11억 원 증가하는데 그치더니 27일엔 전날보다 1068억 원 감소했다.

◆"매물 폭탄" vs "수급대란 없다"=27일 현재 신용융자 잔액은 6조9037억 원.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의 40% 또는 5000억 원 이내로 신용잔액을 축소하면 약 2조 원어치의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단기간에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도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줄 만한 개인들의 매수세가 맥을 못 추며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러나 "매물 폭탄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래소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웃돈 이후에만 약 1조6000억 원이 신용 물량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용거래 관련 매물은 현 지수대에서 소화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민재 연구원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신용잔액 비중은 거래소와 코스닥이 각각 0.55%, 2.34%에 불과하다"며 "수급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용잔고율 높은 종목 비상=5월 한때 신용잔고율 1위를 차지했던 코스닥 소프트웨어 업체 UC아이콜스는 이날로 10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주가 조작 업체 루보의 11일 연속 하한가 기록을 하루 남겨 놓고 있다. 4월 16일 2만88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4540원까지 밀렸다.

하한가 잔량만 1000만 주 넘게 쌓였다. 그러나 거래량은 1만 주에도 못 미친다.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240만 주 이상이 신용융자 물량으로 남아있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던 증권사들이 손실을 떠안게 생겼다. 증권사 평가 손실은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21일 당시 신용잔고율이 높았던 종목들은 최근 일주일간 급락했다. 거래소 신용잔고율 상위 10개 종목은 21~28일 동안 평균 16.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2.37%)보다 7배 가까이 더 떨어진 셈이다. 코스닥 지수가 3.93% 하락할 때 코스닥 신용잔고율 상위 10개 종목도 14.68% 하락했다. 특히 진양화학은 최근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디유뱅크도 이 기간 31.79% 하락했다. 대한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신용거래 비중이 큰 종목의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