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시 부문 당선작|유배시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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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선천서 돌아온 저 오늘로 몇 날인가
윤상월 젖은 흙 길을
수레로 천리 뱃길 시오리나루는 아직 닿지 않고
석양에 비친 일몰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 같은 저 섬으로 가고 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들 모아
화전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구운몽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 바다
삿갓처럼 엎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리.
*앵강 : 서포 김만중이 유배 살던 남해 노도 앞 바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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