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선… “당중심” 예고/「인수위」구성 무엇을 뜻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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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역 안배·원내외 균형에 애쓴 흔적/민주계 1명뿐… 잡음 방지 신경쓴듯
30일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인선은 김영삼대통령당선자 특유의 의표를 찌르는 인사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수위 인선은 그동안 「안정속의 개혁」 「인사는 만사」임을 거듭 강조해온 김 당선자의 첫 인선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돼왔다.
이날 오전 김 당선자가 김종필대표·정원식인수위원장 등과의 조율 끝에 내놓은 인선내용을 보면 그동안 거론되던 인물들은 대부분 배제되고 지역안배와 원내외 균형,실무와 정치적 의미를 두루 담은 「뜻밖」의 작품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 당선자는 박희태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인수위 포함여부가 새 정부 조각에서 우선권을 가지거나 배제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철저히 「실무형」인선임을 강조했다. 즉 인수위의 기능은 대통령직 인수과정의 실무처리에 국한되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대선이후 특보·보좌역과 비서진,당내 파벌간에 인수위 참여문제를 놓고 벌어진 「암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는 더구나 개혁정책을 구상하는 싱크 탱크로 활용하려던 인수위 자문기구인 신한국위 구성 복안도 취소함으로써 민자당과의 분란 또는 주도권싸움의 소지를 없앤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당이 새정부의 개혁정책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취임후에도 당이 중심이 된다는 의미』라며 「당중심 정치」의 출발을 예고했다. 김 당선자 핵심측근인 이원종부대변인도 『패거리 정치가 끝나고 당중심 정치의 복원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인수위를 지역별로 보면 정원식위원장(이북출신) 남재희(서울) 박관용(부산) 김한규(대구) 서정화(인천) 이재환(대전·충남) 이환의(광주) 이해구(경기) 이민섭(강원) 신경식(충북·인수위대변인) 양창식(전북) 유경현(전남) 장영철(경북)위원 등에다 전국구의원이긴 하지만 경남출신 최병렬의원을 포함시켰다.
특히 인수위에는 박관용의원외에 민주계가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당내에서는 김 당선자의 집권구상과 관련짓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인선이 기성정치인중 중견급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개혁의지가 없는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이 있지만 김 당선자측은 『인수위의 기능상 충실한 인수인계작업이 필요할뿐 개혁문제와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첫 작품인 이번 인선에서 잡음·부작용을 가장 경계했던 것 같다.
그동안 김 당선자 주변에는 88년 취임준비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부분 중용되었던 사실을 중시하는 경향이었다.
때문에 특보·보좌역 등 김 당선자를 둘러싼 인사중에는 인수위에 진입하기 위해 민주계 등 당내외 유력자에게 줄을 대려는 현상도 있었고 눈치보기·암투도 치열했다.
정 위원장은 일찌감치 내정됐던 인물.
전직총리라는 정치적 무게와 풍부한 행정경험,선대위원장이라는 「공」등이 참작됐으며 당안팎에 별 이견이 없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위원선임에는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 같다.
위원 14명중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최병렬의원.
최 의원은 88년 취임준비위 멤버였었고 노태우대통령에 의해 내내 중용됐었다. 이번 대선에선 처음엔 김 당선자의 참모가 되는데 주저했으나 후반에 기획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아 선거전략·홍보팀을 지휘했다.
김 당선자는 최 의원이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부담이 있음에도 그의 기획능력·추진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의 주변핵심중에는 최 의원을 청와대비서실장으로 추천하는 움직임도 있어 주목된다.
선거때 홍보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관용의원,유세본부장이었던 이해구사무1부총장,김 당선자의 비서실장 출신인 신경식의원 등도 논공행상을 평가받았다.
당내경선때 「YS추대위」에 적극 참여했고 김윤환 전 사무총장과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이 포진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남재희·김한규·서정화·이민섭의원 등이 그들이다.
○…인수위는 김 당선자가 취임하는 내년 2월까지 취임준비와 국정전반에 대한 업무파악은 물론 개혁과제 선정 및 검토 등 새 통치권자의 국정운영 기본틀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는다.
인수위는 국정의 각분야를 몇개 그룹으로 쪼개 인수작업을 벌이고 취임준비를 하게 된다.
인수위는 이같은 임무수행을 위해 관계기관 공무원의 파견근무,정부의 자료·정보제공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인수위는 위원회 발족과 동시에 최우선적으로 정부 각 부처로부터 업무현황을 보고 받고 분야별로 인수 및 개혁과제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새해 1월4일 여의도 당사인근의 뉴서울빌딩 11층 사무실에서 첫 공식회의를 열고 각 위원들의 역할을 조정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구체적인 인수작업으로 ▲정부 각 부처의 조직·기능·예산파악 ▲정부의 인적·물적·자원에 대한 관리계획 수립 ▲국가주요정책의 분석·수립 ▲새정부의 정책기조설정을 위한 준비 ▲주요 민간단체와의 업무협조관계 설정 등을 한다.
정원식인수위원장은 『행정의 공백이 없도록 원활한 인수인계 작업에 가장 신경쓸 것이며 인수위가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기보다 새정부가 들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당선자는 신한국위를 공식기구로 구성하지 않는 대신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비공식 싱크탱크는 계속 활용한다는 구상이다.<김두우·김진·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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