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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WP 위안부 왜곡 광고'가 역풍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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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 미 하원 의원(左)이 26일 의회 의사당에서 같은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짐 코스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폐기된 위안부 결의안을 올 1월 하원에 다시 제출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하원 외교위가 26일 위안부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은 소속 의원들이 일제의 잔학 행위를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미국 내 소수 집단의 고통과 연관 지은 데 힘입었다. 일부 일본 정치인이 위안부 관련 역사를 왜곡하려 시도했다가 역효과를 낸 것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본이 이미 사과한 사안을 굳이 끄집어 내 미.일 동맹을 해칠 필요가 있느냐"며 위안부 결의안에 반대 의사를 펴온 의원들조차 찬성으로 돌아서 일본을 당혹하게 했다.

워싱턴 의회 소식통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해 와 7월 중순께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그 직후(7월29일) 선거를 치를 아베 내각에 이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본 역사 왜곡 광고가 되레 역풍=AP통신은 "4월 방미한 아베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일본 의원 40여 명이 '위안부는 없었다'며 워싱턴 포스트에 전면광고를 내는 등 역사적 과오를 지속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자 평소 일본을 지지해온 미 의회 내 보수파들조차 격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결의안 채택의 결정타가 된 '워싱턴 포스트 반박 광고'는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과 언론인 등 45명의 이름으로 게재됐으나 이를 주도하고 광고비 전액을 부담한 이는 스기야마 고이치(76)라는 작곡가였다. 우익 성향의 그는 여야의 우파 국회의원들과 언론인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고, 이 과정에서 움직임을 간파한 아베 총리는 "광고를 내지 말아 달라. 부작용만 생긴다"며 강하게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일본 우익세력의 수장 격인 히라누마 다케오 전 자민당 의원(우정민영화 때 자민당에서 출당돼 현재는 무소속 의원, 태평양 전쟁 유족회 회장 출신)이 "무슨 소리냐. 밀어붙여라"고 부추겨 결국 광고 게재에 이르게 됐다.

◆ 피살 유대인, 흑인 노예에 비교=토론에서 개리 애커맨(민주.뉴욕) 의원은 "위안부들이 당한 끔찍한 고통은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연상시킨다"며 결의안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흑인 셀리아 잭슨 리(민주.텍사스) 의원은 "위안부들이 겪은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노예제의 채찍 속에 신음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하원 외교위 표결에서는 그동안 결의안을 반대해온 보수파 도널드 만줄로(공화.일리노이) 의원조차 "이 결의안 처리를 랜토스 위원장에게 맡긴다"며 사실상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미.일 동맹을 열렬히 옹호해 온 토마스 탄크레도(공화.콜로라도)와 론 폴(공화.텍사스) 등 2명에 불과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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