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비정규직 606명 정규직 전환 …시중은행들 "우린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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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은행에 이어 부산은행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이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건비 증가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노노(勞勞) 갈등을 우려,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창구직원 566명, 전산 전문직원 40명 등 비정규 직원 606명을 직군에 따른 임금 차별 없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키로 했다. 우리은행이 3월 별도의 직군을 신설, 이 직군에 비정규직을 포함시키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적은 있지만 정규직과의 직무 분리 없이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직원은 부산은행 전체 직원의 약 20%에 달하며, 계약직 변호사와 모집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비정규직 전원이 정규직으로 바뀐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정년이 보장되며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단, 기존 정규직 직원이 6급으로 채용됐던 것과 달리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는 7급을 부여하고 근무연수에 따라 급수가 올라가게 된다.

 반면 시험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고수하던 다른 시중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우리·부산은행처럼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을 하려니 인건비 같은 비용 증가가 부담이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자니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 계약직’ 형식으로 전환해 고용을 보장하려 했지만, 이제는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살펴야 할 상황”이라며 “은행권이 함께 보조를 맞춰가며 풀어야 할 문제인데 우리·부산은행이 너무 앞서갔다”고 말했다.

 우리ㆍ부산은행의 방식을 따르려 해도 문제는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과 기존 정규직 직원 간의 보이지 않는 ‘노노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이 동결되자 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되지만 2년간 유예기간이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대로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거나 직군제 도입, 아니면 무기계약직제 신설 등 세 가지 안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주요 의제인 만큼 노조와 계속 의견 수렴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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