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즉석밥 싸움' 우리도 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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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해관 동원F&B 사장은 1996년 CJ(당시 제일제당) 근무 시절 우리나라 최초 즉석밥인 ‘햇반’ 의 마케팅 주역이었다. 이로부터 10여 년 뒤 경쟁사의 CEO가 돼 있는 그는 ‘햇반’을 겨냥한 새로운 즉석밥 제품을 26일 출시했다. 동원F&B가 내놓은 ‘쎈쿡’이 그것이다.

제품 소개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친정 회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눈길을 의식한 듯 “동원그룹이 즉석밥 시장 진출을 준비한 것은 내가 사장으로 부임한 시점(지난해 3월)보다 훨씬 이전부터였다”고 말했다. 평소 먹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사내에 이미 즉석밥 사업을 검토하라고 해놓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해명성 발언과는 별도로, 이왕 물건을 내놓은 이상 CJ가 쌓은 즉석밥 시장의 공고한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시장은 CJ가 단연 선두인 가운데 농심과 오뚜기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뒤늦게 뛰어든 동원F&B가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초고압 공법’이다.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를 이용해 3000 기압으로 밥을 지어 쌀이 부드럽고 찰기가 강하며 영양가도 잘 보전했다는 설명이다. ‘고객과 시장의 창조’라는 피커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김 사장은 “10년 전 즉석밥이 나왔을 때는 ‘편리함’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건강과 영양’에서 고객 가치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잡곡밥에 특히 유리한 초고압 공법의 특징을 살려 2010년까지 즉석밥 시장에서 2위에 오르는 목표를 세웠다.

 

김 사장은 초고압 공법을 즉석밥뿐 아니라 다른 식품가공에도 응용할 계획이다. “초고압 기술은 일본에서는 80년대 말부터 식품 분야에 도입돼 응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거예요.” 이 회사는 이미 초고압 공법을 활용한 홍삼 가공 제품의 개발을 끝내고 시판을 앞두고 있다. 야채 주스를 비롯한 여러 식품군에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 직장인 CJ에서 햇반 외에도 농축 분말 세제 ‘비트’, 화장품 브랜드 ‘식물나라’ ‘엔프라니’ 등을 히트시킨 한국의 대표적 생필품 마케팅 전문가다. 동원으로 옮긴 뒤에도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해 참치와 김 위주의 회사 이미지를 종합 식품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3월에는 ‘잔뿌리까지 깨끗한 바로 먹는 수삼’을 출시해 인삼 쪽에도 손을 댔다. 이에 앞서 삼조쎌텍과 티에스큐를 인수해 조미식품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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