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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YS 승리는 국민의 승리”/심판의 날… 3당 상황실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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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직자·사무처요원 서로 자축 민자/DJ 자리뜨자 당사 울음바다 민주/“우리는 어떻게 될까”앞날 걱정 국민
○당선소감 전문 소개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9일 오전 민자당사는 밤새의 흥분이 채 식지 않은듯 곳곳에서 당직자·사무처 요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환한 얼굴로 자축.
당사 3층의 종합상황실에는 이날 새벽까지 당 고위당직자·내외신기자 등 2백여명이 모여 막바지 개표 결과를 주시했으나 김 후보의 당선이 거의 굳어지자 대부분 이석.
민자당은 이날 오전 당 기관지 민주자유보를 특보 발행하고 「신한국의 새벽 열리다」라는 제목 아래 『김영삼 승리는 국민의 승리』라며 김 후보의 당선소감문 전문을 소개.
한편 김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충혼탑에 헌화하고 고 이승만·박정희대통령 묘소를 참배.
김 당선자는 오전 5시10분쯤 평소때와 마찬가지로 당원·동네 주민 30여명과 함께 인근 수도산까지 왕복하며 약4㎞를 조깅했다.
김 당선자는 당선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사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만 밝히고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김 당선자가 조깅을 위해 대문 밖을 나서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민·김영금씨 종친회회원 1백여명은 꽹과리·장구 등을 두드리고 『위대한 우리의 김영삼대통령 만세』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열렬히 환호.
김 당선자는 오전 7시15분쯤 경남 마산의 부친 김홍조옹에게 안부전화를 걸어 『너무 애쓰시고 걱정하셨죠. 주무시지도 못하셨을 것이고,너무 감사합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인사.
이에 김 옹은 『하나님에 감사한다. 지금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느냐』고 울먹였다고 김 당선자 측근들이 전언.
이어 김 당선자 부인 손명순여사도 울면서 시아버지에게 『오늘이 있기까지는 아버님의 배려가 제일 컸습니다』고 인사.
이날 김 당선자 자택에는 당선이 유력해진 새벽 2시30분쯤부터 축하전화·전문 등이 쇄도했고 해외에서는 팩시밀리를 통해 축전을 보내기도.
○“패장은 할말 없다”
▷민주당◁
김대중민주당후보는 19일 아침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하나도 갚지 못하고 물러나게된 점 가슴아프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침중한 표정으로 정계은퇴를 선언.
김 후보는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전쟁에서 진 장수는 구차하게 이유를 말하지 않아야 하는 법』이라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짤막하게 회견을 마쳤다.
회견장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등 당직자들이 배석했는데 김 후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거의 모든 당직자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이를 지켜 보던 수십명의 남녀 당원들이 흐느껴 우는 등 침통한 분위기.
김 후보도 정계은퇴 선언을 할때와 당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할때 대부분의 당원들이 흐느껴 울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후 다시 「대통령후보실」에서 당직자들에게 짧은 고별인사를 한뒤 기자실에 잠시 들른후 오전 9시 당사를 떠났다.
김 후보가 당사를 떠날때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이 도열해 환송을 했는데 김상현최고위원 등이 흐느끼자 또 다시 울음바다.
김 후보는 이에 앞서 이날 아침 열린 마지막 선거대책 회의에서도 김정길최고위원이 다가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자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는 후문.
그는 개표진행 결과 패색이 짙어진 이날 0시30분쯤부터 『패배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에서 떠나겠다』며 조승형비서실장 등에게 거취를 밝혔다고.
김 후보는 이날 아침 집으로 찾아온 당직자들에게 『40년간 가졌던 포부는 진실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었고 세계속에 역량을 펴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와 함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
그는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는 당직자들에게 『국민의 신임을 받지못한 사람이 상임위원회에 나가 발언을 하겠는가,본회의장에 앉아 있겠는가』고 반문하고 『사람은 거취를 분명히 해야하며 물러날때 정확히 물러나야 추하지 않은 법』이라고 설명.
김 후보는 이날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라는 맥아더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면서 「부덕의 소치」라는 말을 수십번 되뇌었다는 후문. 그는 『당에서 결의해서 당선자에게 축하메시지와 화분을 보내야 한다』고 당부.
○“현대 복귀”수군수군
▷국민당◁
정주영국민당후보는 19일 평소보다 늦은 오전 7시 중앙당사에 출근,3층 기자실에 잠시 들러 『승복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회견문만 낭독.
밤새 청운동 자택에만 칩거해있던 정 후보는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인 6시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굳은 표정이면서도 웃는 얼굴로 기자들에게 『수고가 많다』고 인사한뒤 회견문을 읽고 벌떡 일어나 뒷자리에 배석한 당직자들에게 『미안합니다』라며 악수. 정 후보는 이어 질문도 받지 않고 바로 집무실로 들어가 뒤따라온 이종찬·채문식공동대표를 내보낸뒤 현대 출신 측근 박세용·이병규특보와 밀담,이어 가족인 동생 정세영현대그룹회장·정순영성우그룹회장,매제인 김영주한국프렌지회장,5남 정몽헌현대전자회장들을 불러 밀담.
이때 밖에서 기다리던 한영수최고위원이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곧 나온뒤 『오후 4시 긴급대책회의에서 모든 문제를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
정 후보는 오전 7시40분쯤 당사 밖으로 나갔던 김동길최고위원을 급히 불러 몇마디 나눈뒤 다시 자택행.
국민당은 예상 외의 저조한 성과에 모두들 굳은 얼굴에 허탈한 표정.
패색이 짙은 18일 밤11시 전후 종합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 보던 모든 당직자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 일부 평당원들과 취재진들만 남아 개표상황을 점검.
아침 일찍부터 북적거리던 당사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거나 밤샘한뒤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분위기.
일부 현대출신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대로의 복귀가 어떻게,언제 이뤄질까를 점치느라 수군수군. 현대 출신들중 일부는 『정치가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라며 허탈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일부는 『관권탄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승복을 거부하는 모습도. 그러나 대부분은 『최선을 다했다』『미련 없이 돌아가 본래 업무나 충실히 하자』고 상호격려.
○박 후보 “결과에 만족”
▷기타◁
신정당 박찬종후보는 19일 새벽 각 언론사에 「소감」이란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해가 중천에 뜨기까지는 단지 시간이 필요할뿐,정치개혁을 열망하는 민심의 새벽은 분명히 왔다』며 선거결과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
○당선축하 화환 보내
▷청와대◁
김영삼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9일 오전 9시40분 김 후보에게 전화로 축하한 노태우대통령은 이어 정해창비서실장과 김중권정무수석을 여의도 63빌딩내 김 당선자 사무실로 보내 축하의 뜻과 화환을 전달.
정 실장은 이날 노 대통령의 간곡한 축하인사를 전하면서 21일 노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 초대뜻을 전달.
또 중앙선관위가 대통령 당선자를 공식발표 하는 시점부터 김 당선자에게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업무를 대통령 경호실이 맡게 된다는 것과 21일 오전의 대선종료에 즈음한 노 대통령 담화문 내용을 통보.
노 대통령은 낙선한 김대중민주당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
노 대통령은 『무어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김 후보께서는 민주화를 위해 김영삼 당선자 못지 않게 이바지하신 분이며 이는 역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국정을 책임졌던 나 자신이 증인』이라고 위무.
노 대통령은 또 『정계은퇴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외롭게 생각지말라. 앞으로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 건강에 유의하라』고 당부.
노 대통령은 또 정주영국민당후보와의 통화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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