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터내셔널 발레대회 여자 1·2·3위 휩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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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을 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상까지 받았는데도 아직 실감이 잘 안나네요. 한국 참가자들이 모두 다 잘했어요.”

24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막을 내린 ‘2007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대회(New York International Ballet Competition)’에서 여자부문 금상을 수상한 하은지(23·유니버설발레단·사진)씨의 겸손한 소감이다.

25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예종)에 따르면 한국팀은 이 대회에서 김나은(23·유니버설발레단)씨가 여자부문 은상, 신승원(20·예종 3년)씨가 여자부문 동상을 받아 1, 2, 3위를 모두 휩쓰는 쾌거를 기록했다. 또 남자부문에서는 박귀섭(23·국립발레단)씨가 동상을, 이영도(21·예종 3년)씨와 정영재(23·예종 4년)씨는 스페셜 어워드를 수상했다.

미국, 일본, 중국, 브라질 등 19개국 54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모두 7명. 이들은 16명(여자 6, 남자 10)을 뽑는 3차 결선에 전원이 진출, 이중 6명이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으로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황혜민씨가 2000년 이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1984년 첫 대회 이후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는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대회는 참가자들에게 미리 심사 작품을 알려주지 않고 현장에서 합숙 훈련을 시킨 뒤 이를 심사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준비해가는 솔로 한 작품 외에 나머지 참가작 3개는 현장에서 발표되고 참가자들은 발레 코치로부터 3주 동안 작품을 배운 뒤 대회를 치러야 한다. 올해는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드되(2인무)와 ‘코펠리아’ 중 파드되, 대회 첫 해 금상 수상자가 안무한 컨템포러리 발레가 심사 작품으로 선정됐다.

“미리 보내 준 의상 도안을 보고 ‘백조의 호수’는 조금 짐작을 했었는데 ‘코펠리아’는 완전히 생소한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각국의 참가자들과 함께 연습하고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보다 배운 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 많이 들었는데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게 섭섭하네요.”

어린 시절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좋아해 백화점 문화센터 발레교실에 다니면서 춤과 인연을 맺은 하씨는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지난해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드미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잭슨 콩쿠르에서 댄스매거진상을 받았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2004년 사고로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9개월 간의 재활 치료 끝에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예종 무용원 김선희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테크닉 뿐 아니라 합숙 훈련 매너와 음악성, 우아함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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