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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가 경계해야 할 것/최철주(중앙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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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들은 수많은 변신을 보아왔다. 대통령당선자가 결정된후 우리들은 또 얼마나 많은 정치적 변절자들의 이합집산을 보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밥맛이 떨어질 지경이다.
「저 사람이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나」하는 얘기를 들어온 중도하차 후보를 비롯해 각당 지도자들의 분수모르는 추종자들,그리고 전·현직 관료들의 아부경쟁이 그러했다. 민자당마저 몰정부로 몰아세운 6공 노 정권의 임기를 몇달 앞두고 역겨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변절자 설땅 없애야
그나마 보람이 있다면 최근의 변신과 아첨시리즈를 통해 일부 노정치인들과 장성 출신자,한때 개혁파를 자처했던 야심만만한 권력주변인사들,그리고 대표적 기업인의 주변 구석구석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를 우리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운영을 맡아 보겠다는 정치인들의 윤리가 아무리 땅에 떨어졌기로서니 시정잡배들도 경계하는 배신행위를 식은 죽 먹듯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돈과 힘에 지조를 넘겨주고 미움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비맞은 삽살개처럼 추해 보이는 지도층을 목격하게 됐다.
대통령당선자가 가장 확실하게 해야 될 일은 그의 주변에서 터무니없이 아첨하는 사람과 아침 저녁으로 충성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과감히 제거하는 일이다. 「미스터 법질서」로까지 알려졌던 전직 장관의 적나라한 모습은 우리들에게 역겨움을 주었다. 자비로운 지킬박사의얼굴이 추악한 하이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말고도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당선자의 신권부에 줄을 대기 위해 아첨파동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첨꾼은 과감히 제거
86년 레이건 미 대통령의 공보담당자였던 모너 채런은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는 백악관보좌관들을 「쥐떼」로 묘사했다. 「레이건의 재선을 위해 쥐들은 권력을 향한 장치에 많은 비용을 썼다. 쥐들은 그들의 주인이나 국가를 진실로 알아보지 못했다. 쥐들의 눈은 주인이 땅에 던져 놓은 권력의 조각에만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어느 누가 당선자가 되든 그를 둘러싼 불량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축출하지 않으면 순수민간인 출신대통령의 시대는 쉽게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쥐떼」들의 한번 극성으로도 지도자의 판단이 흐려진다. 3공때도 그런 예를 보았고 5공때도 보았다. 후보들은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들 약속했으므로 인재등용에 있어서도 불량인사가 나오지 않도록 시장원리를 적용할 뱃심을 보여야 한다. 그가 특정집단의 편중인사압력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클레임을 제기하고 충분한 보상도 받으려할만큼 손익계산에 빨라진 유권자들의 차가운 눈초리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요즘 세계의 정치나 경제를 관통하는 큰 흐름은 반현상(antist­atus quo)이다. 지금 이대로는 더이상 안되겠다는 인식이 선진국 국민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의 추구다.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의 블루진 차림은 40대 베이비붐세대의 변화를 나타내는 극히 작은 한 단면이다. 일본의 40대들이 깨끗한 정치를 위해 모금운동에 나서는 것은 추잡한 정치를 청산하라는 엄중한 추구다. 내 몸을 부숴가며 가장 억세게 일한 탓으로 사망률 제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40대의 목소리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대통령당선자는 21세기 주역이 될 20∼30대의 반현상유지 욕구를 창조적 적응력으로 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재도 시장원리 적용
당선자가 새겨들어야 할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의 인기는 그의 부인이 벽난로 옆에서 뜨개질하는 장면이 텔리비전 뉴스에 비칠때 올라가고,여러 모임에나서 좀 설친다 싶으면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퍼스트레이디학의 점수는 3공때는 좋았다가 5공때부터 매우 박해졌다. 우리에게는 우리식의 퍼스트레이디 모델이 존중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미 클린턴 당선자의 힐러리부인형을 좇는다면 대단한 풍파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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