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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이지만…/「살인전과」 전도사 대선후보들에 기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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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냉대받는 전과자에 관심 가져주길”
13년동안 복역한 살인전과자가 재소자·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각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써달라며 중앙선관위에 푼푼이 모은 50만원을 기탁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찬수씨(46·새생활선교복지회 전도사).
『비록 하찮은 액수지만 6만 재소자와 사회에서 냉대받는 1백만 출소자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소중히 쓰여지길 바랄 뿐입니다.』
이 돈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된 박씨가 막노동을 하며 틈틈이 모은 것으로 14일 중앙선관위에 전달돼 민자·민주·국민·신정당 등 원내의석을 가진 4개당에 각각 12만5천원씩 분배됐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으며 죄인을 양산하는 뒤틀린 사회는 고쳐져야 한다』는 박씨가 기탁금을 내놓은 사연은 절절하다.
전남 해남에서 가난밖에 물려받은 것이 없는 농군의 다섯아들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해 무작정 상경,구두닦이·행상 등의 바닥생활을 전전하면서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사글셋방을 마련,20세때 19세 어린신부를 맞이했지만 행복의 순간도 잠깐. 박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상금 지급때문에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빚 독촉에 시달리던 어린 아내가 돌도 채 지나지않은 피붙이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이후 자신의 딱한 사정을 이해해주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됐으나 여자쪽 부모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그와의 결혼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자신의 몸을 자해한뒤 여자의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했다.
79년 사형 구형에 징역 15년의 선고를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13년간 그는 「죄씻음」을 위해 한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서 참회의 나날을 보냈다.
10여군데 교도소를 거치면서 고입·대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박씨는 지난해 1급 모범수로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수감시절 쇠창살을 사정없이 치고 벽에 머리를 박으며 「다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울부짖은 날이 하루 이틀이었겠습니까.』
막노동판에서 번돈으로 2백만원짜리 사글셋방에서 생활하며 같은 처지의 전과자를 위한 목회활동에 힘쏟고 있는 박 전도사는 『우리 사회가 전과자에게 새 삶을 위한 「한번의 기회」를 주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후보공약란에 1백만명이 넘는 「전과자 국민」에 대한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하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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