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랑방좌담회 기승/통반장 동원 비당원참석 종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당원단합대회·간담회로 위장/금품살포·향응 제공까지
대선운동 막바지에 각 후보측이 유권자 직접 접촉에 나서 비당원을 상대로 한 불법 사랑방 좌담회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잠잠하던 통·반장들의 선거운동 시비가 다시 일고 있다.
당원 단합대회·당원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사랑방 좌담회는 지구당별로 하루 최고 50∼60회까지 20∼30명 단위로 개최되며 이들 행사에 비당원들을 잠적시키기 위해 일부 통·반장들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반장은 대통령임기만료 1백일전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대통령선거법에 규정돼 있으나 정당 가입자체가 제한돼 있지는 않아 현직 통·반장들이 정당활동을 가장한 선거운동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와 경찰 등은 이들 불법운동을 통해 각 후보측이 막판 향응제공과 금품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집중단속에 나서기로 했으며 내무부는 통·반장들이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거듭 지지했다.
◇사랑방좌담회=서울 신월동 민자당관리장 강모씨 등 2명은 8일 모연립주택 주민 10여명을 모아놓고 떡·과일을 제공하며 김영삼후보지지를 권유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10일 서울 화곡2동에서는 민주당원 이모씨(31·여)가 비당원인 동네주부 15명에게 잡채·과일·김밥 등을 대접하며 김대중후보운동을 벌이다 역시 경찰에 적발됐다.
또 10일 오전 서울 등촌동 월드아파트에서는 민자당원들이 비당원을 참석시킨 가운데 사랑방 좌담회를 갖고있는 것을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공선협감시단이 확인하는 등 정당활동을 가장한 소규모 불법운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통·반장 선거운동=당적을 가진 통·반장들이 정당활동을 이유로 사랑방 좌담회 등을 조직하는 등 선거운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서울 일원동 우성아파트,문정동 훼밀리아파트 등에서는 통장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간담회나 점심식사모임 등을 주선하면서 민자당지지운동을 벌였다.
통·반장들의 선거운동이 알려지자 서울 아현동에서는 국민당원들이 이들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하며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이 내사중이다.
◇당국 대응=내무부는 12일 선거운동이 확인된 통·반장은 즉각 해임·해촉하고 사전에 예방토록 하라고 일선에 재강조 지시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서울시 중구청과 경기도 구리시는 최근 민자당 당원증을 교부해준 서울 중림동 통·반장 각 1명과 민자당 유세일정을 주민들에게 공지한 통장 2명을 각각 해임했다. 또 경찰은 각 정당이 당원들을 대상으로 막판 표다지기와 상대감시를 목적으로 앞다퉈 당원단합대회를 개최함에 따라 비당원을 참석시켜 금품을 살포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